▲ 미국의 코미디언 짐 캐리(Jim Carrey)는 12일(현지시각) 트위터에 페이스북이 러시아의 지난 2016년 미 대선 개입에 이용되었으므로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출처=짐 캐리 트위터(@JimCarrey)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페이스북이 사회 곳곳에서 ‘유해한 매체’라고 비난을 받는 중에, 도브(Dove), 바셀린(Vaseline), 립톤(Lipton)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Unilever)도 페이스북 등 SNS회사에 유해콘텐츠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게시물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놨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주요 외신에 따르면 키스 위드(Keith Weed) 유니레버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12일(현지시각)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트위터, 아마존 등의 관계자가 참석한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IAB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고, 사회에 분열을 조장하는 플랫폼에는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유투브 등과 더불어 지난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에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러시아의 유권자들을 선동하는 데에 이용당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년동안 1억2600만명의 미국 페이스북 사용자가 러시아와 관련된 광고를 봤다고 인정했다.

유니레버의 선언으로 페이스북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립톤(Lipton), 도브(Dove), 바셀린 등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유니레버는 세계에서 광고비용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 중 하나다. 유니레버는 연간 98억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중 25%를 디지털 광고에 투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98%(399억 달러)를 광고로 벌어들인 기업이다. 따라서 세계 최대의 광고사 중 하나인 유니레버가 페이스북에 광고를 중단할 경우 페이스북 측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페이스북 측은 “우리는 유니레버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긴밀히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은 최근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4일 페이스북 전직 임원인 데이브 모린,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만든 저스틴 로렌스타인 등이 포함된 주요 IT기업 출신 관계자들은 페이스북 등의 SNS가 “사용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매체”라고 말했다. SNS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NS 기업들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 등을 입법할 활동을 펼칠 인도적 기술 센터’(CHT, Center for Humane Technology)를 설립했다.

마크 베니오프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페이스북은 중독성이 있는 담배와 같으며, 심지어 담배처럼 흡연 허용 연령이나 규제가 없기에 더욱 무섭다”라고 말했다.

유명 코미디언 짐 캐리도 12일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이 우리(미국) 선거에서 미국으로부터 간접적인 이익을 얻었으므로 페이스북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계정도 삭제했다"라고 밝히며 #unfriendfacebook 태그를 내세운 페이스북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유니레버 등이 경고한 문제를 인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메시지 플랫폼인 ‘메신저’에 13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메신저 키즈’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메신저 키즈’는 어린이가 성적 위협이나 폭력적인 콘텐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승인한 대화 상대에 한해서만 문자, 메시지, 영상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가짜 뉴스, 사회 분열 조장 등의 문제에 대해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언론사 대신 오프라인 인맥 기반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달 17일 “선정적인 기사, 잘못된 정보, 사회 양극화와 같은 현상을 해결하고 사람들이 고품질의 기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뉴스피드를 개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 따르면 페이스북의 북미지역 이용자 수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00만명 감소했다. 이는 페이스북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북미지역에서마저 분기 대비 이용자 수 감소였다.

페이스북을 떠난 사람들은 최근 어플리케이션을 다시 설계해 미디어로부터 사회적인 요소를 분리한 SNS ‘스냅챗(Snapchat)’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케터는 앞으로도 페이스북에서 스냅챗으로 갈아타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며, 페이스북의 25세 미만이용자 중 190만명이 페이스북 대신 스냅챗을 이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미국인 1억6950만명이 사용하고 있고, 스냅챗은 865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