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우석훈 지음, 김영사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저자는 10년 전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세대 간 불균형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생태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 오로지 환경의 영역에만 국한되었다고 여겨졌던 문제들을 경제 이슈와 결합해 대중의 주의를 환기시켜왔다. 현재 한국생태경제연구회와 초록정치연대 등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환경과 경제라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의문과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작가”라고 자처한다.

<국가의 사기>는 현재 한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분석하고, 국가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건전한 생활경제와 튼튼한 시민경제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25쪽에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그것은 관행이 되고, 한번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은 고치거나 개선하기가 아주 어려워진다”라며 우리가 주의를 단단히 기울여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에는 돈, 사랑, 광고, 주식, 다단계, 신용등급까지 실생활과 연관된 사회 문제들을 하나하나 다시 짚어본다. 그리고 이념, 클랜, 모피아, 토건족, 물 브라더스, 원전 마피아, 박사들의 클랜, 자원외교, 4대강, 분양제, 버스 준공영제, 도시재생 등 수십조 단위의 국가사업들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가 잘 못하는 일은 있어도, 실패하는 일은 없지!” 이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문제가 있는 일을 행정적으로 부드럽게 처리하기 위해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보고하고, 은근슬쩍 없던 일 혹은 못 본 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중단된 사업은 사람들의 기억 너머로 사라지고, 한국 행정은 바둑에서의 복기(復棋) 같은 되돌아보는 일이 없어진다. 저자는 이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국가는 복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책에는 이외에도 한국에만 있는 선분양 제도에 대해 ‘민간회사들이 저가로 아파트를 공급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해주기 위해서 유신 시절 군사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한국의 버스와 배 회사들은 가족 출자회사의 자회사이며 이들 회사는 버스 준공영제라는 제도를 통해 영원히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일정 수준의 이익도 보장받고 있음을 밝힌다. 부제는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