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외국어만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의 결실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외국어를 잘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 주요 이슈다. 외국어를 잘하면 원하는 분야의 해외취업 길이 열린다. 외국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꿈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다. 해외에서 살지 않았어도 어렵다는 수능을 보지 않고 외국어 능력만으로 대입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여기 외국어 실력을 쌓아서 꿈을 이룬 이야기들을 담아봤다. 외국어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언젠가 일어날 수 있는 현실 아닐까.

성인이 되고 처음 공부한 일본어, 11개월 만에 일본 IT기업으로

박 모(27) 씨와 윤 모(29) 씨는 다가오는 3월 일본 IT기업에 첫 출근 예정이다. 박 씨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졸업이 다가오며 취업을 알아보던 중 전공을 살려 일본 기업으로 취업할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일본어는 전혀 할 줄 몰랐다. 박 씨는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동안 한국 무역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스마트 클라우드 IT 마스터(일본 IT기업 취업 과정)를 수료했다. 주 교육내용은 일본어와 IT 기술이었다. 11개월 동안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수업을 듣고 저녁엔 자율학습을 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했다.

박 씨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11개월 만에 JPT(일본어능력시험) 점수 635점을 취득했다. 그가 받은 점수가 크게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그는 실제 회화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1년여 전만 해도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 그에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달라진 건 일본어 능력. 박 씨는 이제 일본 회사에 입사원서를 제출할 정도로 ‘스펙’을 만든 것이다. 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IT 자격증과 일본어 성적, 회화능력, 그리고 평소 교육원에서 보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한 것을 기반으로 일본에 본사를 둔 유젠(UZEN)에 지원했다. 결과는 합격. 그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 일본에서 자신을 좀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윤 씨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번 해외 취업 과정에 지원하기 전부터 해외로 취업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윤 씨 역시 평소 일본어를 접한 적은 없었고 무역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고 자율학습을 하며 실력을 닦았다. JLPT(일본어능력시험) 자격증을 준비하고 후반부엔 면접을 대비해 회화 공부를 집중적으로 했다. 교육을 받으며 JLPT 1급을 손에 넣었다. 윤 씨는 일본 회사 ‘Sun-M’에 합격했다. 윤 씨는 “외국에서 일한다는 게 힘든 점이 많겠지만 제 인생에서 아주 가치 있는 순간일 것 같다”면서 다가오는 취업에 기대감을 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본의 IT업체에 취업한 것이지만 IT 관련 기술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본어 능력이 출중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운영하는 무역아카데미의 경우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스마트 클라우드 IT 마스터 과정 비용은 11개월 200만원이고, 100만원씩 2번에 걸쳐 지불한다. 수강 인원은 150명을 뽑는다. 대학 졸업자라면 누구나 교육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 무역아카데미에 걸려있는 이전 기수 수료생들 사진.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수능 안 보고 ‘외국어 특기자’로 대학 입학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 입시는 국가 대사(大事)가 된 지 오래. 매년 11월 수능이 치러지는 수능 날이면 메인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 역시 ‘수능’이다. 대학별로 입학 전형이 제각각이지만 공통점도 있다. 바로 외국어 특기자 전형이다. 주로 어문계열 학과에 편중돼 있지만 외국어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면 해외 체류 경험이 없고 수능 점수와 무관하게 대학 입학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보통 외국어특기자 전형은 서류전형 이후 면접(해당 외국어 면접 포함)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서류전형에선 외국어 시험 자격증과 점수를 요구하기도 한다.

매년 9월에 서류전형, 10월에 면접이 이뤄진다. 합격 통보는 11월 초. 수능일 이전이다. 수능을 안 보고 외국어 하나만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물론 상당한 수준의 외국어 실력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눈높이만 낮춘다면 네이티브 정도의 실력을 요구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올해 서울의 S여대 중문학과를 졸업하는 A씨(23)는 지난 2013년 대학 입시에서 중국어 자격시험(HSK) 4급(1~6급까지 있고 6급이 최상위등급)을 획득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합격했다. 이 대학의 경우 수능 점수는 당락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의 경우 수능 등급을 기준으로 ‘최저학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모집학과에 따라 최저학력이 면제되는 경우가 있다. 또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에도 어문계열 학과의 경우 최저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학과는 있다. 특히 한국외국어대학의 경우 자체 개발한 외국어 자격시험인 FLEX(플렉스)만으로 어문계열 학과의 일부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가운데 한 언어만 잘 습득해도 수능 없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 셈이다.

▲ 올리버 쌤은 영어 콘텐츠 유튜버다. EBSe채널 영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출처=올리버 쌤

한국어 배운 외국인, 스타 유튜버 되다

올리버 쌤(올리버 선생님)(30)은 한국인 구독자를 대상으로 유튜브에 영어 교육 콘텐츠를 올린다. 구독자 수가 상당하다. 7일 기준 약 63만명이다.

콘텐츠의 인기 비결은 교과서나 학원에서 듣지 못하는 실용적이고 생생한 영어를 알려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예를 들면 최근 동영상 업로드엔 ‘우리 집에 놀러와를 영어로 하면’, ‘미국 드라마에서 ‘Would have’ 발음이 안 들리는 이유’ 등의 콘텐츠가 있다. 한국인이 궁금해 하는 영어 표현과 미국 문화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그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영상은 유창한 한국어로 진행한다.

올리버는 미국에서 한글을 독학했다. 그 후 한국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7년 동안 원어민 교사로 일하며 한국어 실력을 쌓았다. 그는 공부에 치이는 학생들을 보며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올리버 유튜브 영상엔 영어 회화뿐 아니라 문화, 잡담, 꽁트가 많다.

처음엔 장난으로 2016년 여름 핸드폰으로 길에서 촬영한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던 게 시작이었다. 그 이후 유튜브에도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올리버가 성공한 이유는 그의 아이디어, 에너지, 교육방법 등 다양하겠지만, 시작은 한국어를 독학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