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남북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하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한반도기는 표준 규격이 없어 국제대회에서 사용할 때마다 관련 부처가  합의해  만들어 사용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정치적 표현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고를 받아들여 정부는 독도를 표기하지 않기로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남북한 단일 선수단이 ‘KOREA(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행진할 것을 남북한 당국자들과 합의한 뒤 이를 발표했다.

김대현 문화행사국장은 이어 같은 달 23일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 행사에서 “첫 번째로 공동입장이 이뤄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사용된 한반도기에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서쪽 끝 마라도, 동쪽 끝 독도, 남쪽 끝 마라도가 모두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 같은 전례를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선수단 공동 입장과 단일팀 출전 경기에서 사용하는 공식 한반도기에서도 독도를 빼기로 했다.  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유니폼에 그려진 한반도에도 독도는 없다. 유니폼에는 한반도와 제주도만이 그려졌고, 그 위에 KOREA(코리아)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

IOC 헌장 50조는 올림픽에서 국가 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정치 표현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  선수단 구성과 단일팀 규정, 단가, 단 깃발 등은 해당 국가 관계자와 IOC가 원칙을 두고 협정을 맺기 때문에 선수단은 IOC의 권고안에 따라야 한다.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공동 입장 할 때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사용했다.

2003년 일본에서 개최된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과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선 울릉도와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하면서 남북한 선수들이 입장했다.

지난 4일 남북 단일 여자 아이스하키팀과 스웨덴 간의 평가전이 열린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선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가 올라갔다. 이에 대해 문체부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IOC가 아니라 아이스하키협회가 주관한 국가대표 A매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식으로 IOC의 방침을 따르면서도 국내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평창 동계올림픽 정식경기가 아닌 곳에서는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4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의 평가전에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가 올라가자 “외교라인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5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지난달 25일 도쿄 시내에 독도관련 영토주권전시관을 여는 등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대한민국 독도사랑협회 회원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독도 표기가 빠진 한반도기 반대 집회를 열어 "한반도기에 독도표기는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 아니며 논란의 대상도 아닌 대한민국의 영토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반도기는 실제로 측정한 한반도의 비율에 따라 그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비율에 맞추면 독도는 보일 수 없으니, 독도를 넣는 것은 정치적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반도기에 독도를 넣지 않은 전례는 남북한 첫 공동입장 시기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당시 독도 문제가 민감한 문제가 아니었기에 한반도기에 독도를 포함할지를 논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도사랑협회 측은 한반도기 사용 전례에 대해 "2006년 11월 도하 남북체육회담 결과 독도를 표기한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합의 하였으므로, 전례를 따른다면 응당 독도를 표기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극기이며, 한반도기는 임시로 쓰는 깃발이기 때문에 사용할 땐 경기주관 단체와 참여자가 합의해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표준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그는 “지난 10여년간 남북 교류가 힘든 상황이라 정확한 표준안은 만들기 어려웠다”면서 “꾸준히 남과 북이 교류한다면 표준안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