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국제유가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의 원유생산량 증가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로 하락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 감산합의가 충실히 이행되는데다 세계 경제정상으로 원유수요가 늘고 있어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급감하고 있고 원유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원유에 투자하는 주요 투자은행들이 유가전망을 속속 상향조정하고 있고 일부 전문가는 국제유가가 연말게 배럴당 8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느 수준이 됐든 원유수입국인 한국엔 좋지 않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지난 2일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에 비해 0.5%(35센트) 내린 배럴당 65.4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1일 1.7%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 주간으로는 1% 내렸지만 배럴당 65달러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영국 런던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5%(1.07달러) 하락한 배럴당 68.58달러로 마감했다. 주간으로 2.2% 내렸다. 그럼에도 브렌트유는 1월에만 3.3% 올랐다.

▲ 미국의 월간 산유량 추이.출처=EIA

이날 유가하락은 미국의 산유량 증가가 주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원유생산량은 셰일생산에 힘입어 1038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1970년 11월(1044만배럴) 이후 가장 많은 것이자 역대 두 번째로 1000만배럴을 돌파한 것이다.

더욱이 유전정보 서비스업체인 베이커 휴즈는 이번주 미국의 가동 중인 원유채굴기가 전주에 비해 6개 증가한 765개를 기록했다고 밝혀 미국 석유업계가 증산에 나서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가동중인 원유채굴기 수는 2주 연속 증가했다. 전주에는 12개 늘었다.

미국의 증산에 따른 원유시장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졌지만 OPEC 주도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는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감산합의 이행률은 138%로 높아졌다. 감산합의 참여국들이 할당된 물량보다 38%나 덜 생산했다는 뜻이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현재 하루평균 143만배럴 수준에서 70만배럴로 급락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자금줄이 막혀 유전 유지보수에 필요한 화공약품 등을 들여오지 못해 산유량이 줄고 있다. 미국은 마두로 현 대통령의 교체를 바라고 있다.

국제유가는 얼마나 오를까?. 미국의 CNBC는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국제유가는 OPEC과 미국 셰일업계가 줄다리기를 하는 탓에 배럴당 70달러 이상으로 꽤 많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원유 전문가인 올레 한센은 미국의 산유량 증가를 이유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다른 견해다. 이들은 지난 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원유시장이 예상보다 6개월 빨리 수급균형을 이뤘다면서 3개월 뒤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75달러로, 6개월과 12개월 뒤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82.50달러로 각각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는 종전에는 3개월 후 가격을 배럴당 62달러로 예상했다.

오일프라잇닷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OPEC 은 감산합의를 상반기 중 고수함에 따라 원유시장이 의도한 이상으로 빠듯해져 여름께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투자은행 JP모건도 지난달 29일 브렌트유 올해 연평균 가격을 배럴당 70달러로 예상하면서 세계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증가로 상반기 78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어메리카메릴린치도 지난달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56달러에서 64달러로 상향했다. 이 은행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전망치는 52달러에서 60달러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