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기자]최근 빅터 차 주한 미국 대사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적인 대북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코피 터뜨리기 전략(bloody nose)’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코피 터뜨리기 전략’은 전면전을 유발할 수 있는 북한 지도부나 핵심 군사시설 공격 대신 북한이 나포한 푸에블로호나 일부 상징적인 시설을 정밀타격함으로써 북한 지도부가 겁을 먹고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하겠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에서 강조한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인권 침해 피해자들을 강조한 게 과거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악의 축’을 역설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2002년 국정연설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 전략 등 대북 공격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의 국조 독수리

이런 구상은 실행력이 있는지와는 별개로 미국이 예리한 칼을 갈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칼을 쓰는 것과 별개로 북한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코피전략’에 부정의 평가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전쟁을 많이 해본 싸움꾼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싸움꾼이란 점에서 미국의 의도를 읽을 필요가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미국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한다면 순진한 발상일까?

VOA “백악관관리, 코피는 언론이 만든 허구”

미국 백악관은 펄쩍 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코피작전는 언론이 만든 허구”라고 부인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가 2일 보도했다.

그는 ”미국은 끊임없이 군사와 비군사적으로 폭넓은 선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의 위협으로부터 모든 대응 방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촘촘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VOA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너무 앞서간 생각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맥락을 제대로 읽으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1일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이 대북 군사 행동에 근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핵무기와 지하 60m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관통탄(MOP) 탑재가 가능한 B-2 스텔스 폭격기.출처=미공군

미국의 대북정책은 무력 등 모든 선택방안을 유지하면서 압박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는 평화적 해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VOA와 인터뷰에서 제재 압박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다음 선택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대통령을 위해 폭넓은 선택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거기에는 군사적 선택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VOA는 미 정보당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직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빅터 차 한국 석좌의 낙마를 통해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에 더 근접했다는 징후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앙정보국(CIA)에서 고위직을 지낸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지난달 31일 VOA에 백악관이 대북 군사공격 관련해 “기존의 계획에서 더 멀어지거나 가까이 움직였는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폴 셀바 합참차장도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대부분 파괴할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전쟁 방법은 적들이 개시하면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 선제 공격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기폭과 정확도, 대기권 재진입체 역량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미국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이 미국을 더 자극할 공산은 매우 크다.

▲ 북한의 탄도미사일별 사거리.출처=CSIS

미국 본토 공격 능력 갖춘 북, 핵무기 10~20개 보유

북한은 지난해 11월29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시험에 성공했고 괌을 미사일로 타격하겠다는 위협을 여러 번 했다.

북한이 지난해 5월 발사한 화성-12형은 정상으로 발사했을 경우 사거리가 4500km에 이른다. 이는 서울과 알래스크가 앵커리지 거리(5600km), 서울과 하와이 호놀룰루간 거리(7100km)에 미치지는 못했다. 화성-13형은 8000km, 화성-14형은 1만km, 화성-15형은 1만3000km로 사거리가 비약하듯 늘어났다. 미국 본토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

핵탄두 능력도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와 있다 군사전문가인 국민대 박휘락 교수는 국방연구 2017년 12월호에 게재한 ‘북핵의 군사적 활용 시 예상되는 북한의 핵전략분석: “전략=목표+방법+수단” 방정식의 활용’이라는 논문에서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2006년 10월 9일 제 1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개발은 물론이고 양적인 증강과 실적인 개선에도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9월 3일 수소폭탄의 경우 한국은 50~60킬로톤(kt)의 위력으로 평가했으나 미국에서는 120kt, 일본에서는 160kt으로 평가했고 200kt으로 평가하는 국내 전문가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10~20개의 핵탄두를 조립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과학자연맹 산하 핵정보프로그램 소장 한스 크리스텐슨과 동료 연구원 로버트 노리스는 지난 2일 핵과학자회보(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1월호에 실은 글에서 “북한은 130~60개의 핵탄두를 만드는데 충분한 양의 핵분열 물질을 생산했을 수도 있다”면서 “현재 10~20개의 핵탄두를 조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북한이 생산한) 핵탄두 대부분은 10~20 kt의 폭발력을 지녔다”면서 “이 정도 규모의 폭탄이 2013년과 2016년 (북한의) 핵실험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과학자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전달할 대기권 재진입 매개체를 개발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 전날인 8일 대규모 열병식을 강행할 태세다. 미 국무부는 “(열병식이) 거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은 열병식을 취소하기는커녕 핵폭탄를 탑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북한은 평화 올림픽을 내건 평창올림픽에는 찬물을 뿌리고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엔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가공할 펀치력, 북한 코피 터뜨리는 데 충분

미국은 북한의 주요 시설을 선제 공격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세계 최대 전략 핵잠수함인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은 물론 토마호크 육상 공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동해를 휘젓는 이지스함들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공격할 수 있다. 미시건함 등 4척은 각각 154발의 토마호크 미사일틀 탑재한다. 나머지 오하이오급 14척은 폭발력 100kt 탄두를 최대 8발 싣는 트라이던트 미사일 24기를 적재한다.

▲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잠수함발사핵미사일 트라이던트-2.출처=위키피디아

괌에서 발진하는 B-2 스텔스 폭격기, B-1B 폭격기, B-52 폭격기는 수십 톤의 폭탄을 북한에 대량으로 투하할 수 있다. B-1B는 괌에서 발진하면 두 시간이면 한반도 상공에 도착하고 B-2 스텔스 폭격기는 다섯 시간이면 도착한다. F-22와 F-35B 스텔스 전투기도 JDAM(합동직격탄) 등을 투하해 이 시설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 핵무기와 JDAM 등 다량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B-52H 전략폭격기. 출처=미공군

B-2는 지하 60m까지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대규모관통탄(MOP)를 탑재할 수 있고 이보다 작은 폭발력의 무기인 모압(무기의 어머니)를 미군 수송기가 투하할 수 있다.

이들 전투기와 폭격기는 미국령 괌과 일본의 미군기지에 도착해 있다. 대량의 함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도 언제든지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하와이 등지에 육상 이지스 체계를 배치했고 이지스함에서 탄도미사일을 격파할 수 있는 SM-3 블록2A의 생산과 요격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막강한 전력을 갖춘 미군이 어떤 플랫폼을 쓰고 어떤 무기로 북한을 족집게 집듯이 파괴할지는 오로지 미군 수뇌부의 결심에 달렸다.

박휘락 “북한 핵전략, 한국 위협과 사용할 것”

미국의 선제 공격을 받을 경우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장사정 포 공격은 물론 생화학탄 포격, 핵무기 사용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휘락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한국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논문에서 미국의 막강한 핵능력을 고려할 때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기는 어렵고 북한이 방어를 위한 탄도미사일방어망(BMD) 구축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면서 북한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을 미국이 대규모 핵무기로 보복할 수 없도록 억제하고자 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과 SLBM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억제전략의 일환이지 공격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북한의 핵전략의 일차 대상은 미국의 유사시 북한 응징보복을 억제하는 것이고 최종으로는 한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의 위협과 사용이라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특히 핵무기에 의한 위협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주요 도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집권후 소위 ‘7일 전쟁’을 만들었는데 핵심내용은 핵무기를 사용해 7일 만에 남한을 점령한다는 계획이라고 그는 전했다

정성장 “코피전략, 북한 대응능력 의지 과소평가”

외교안보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한의 능력과 의지를 잘 아는 전문가이다. 그는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 북한의 대응 능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기 전이라면 이 같은 전략은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수소폭탄 개발과 미 백악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 능력을 확보한 북한이 미국의 ‘코피 터뜨리기 전략’에 굴복할 리 만무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일 ‘미국의 코피 터뜨리기 전략과 북한의 대응 전망 및 한국의 과제’라는 논평을 내고 “만약 미국이 ‘코피 터뜨리기’ 타격에 나선다면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해 언급한 태평양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핵 EMP(전자기) 무기 공격으로 주한미군과 한국군 전력의 상당부분을 무력화하고 한국경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정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만약 미국이 다시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북한은 일본에 대해 핵 EMP나 수소폭탄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일본을 인질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한미가 북한의 ‘핵전쟁’ 위협을 결코 무시하기 곤란한 것은 북한은 재래식 무기에서의 현저한 대남, 대미 열세 때문에 2013년의 제3차 핵실험 후 핵무기를 중심으로 전쟁수행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성장 “한국 독자 핵무장 용인해야”

그는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도, 북한의 의미 있는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시기도 모두 지났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제조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프로그램 동결에 대한 검증도 불가능하고 북한과의 ‘협상’도 대북 ‘군사적 옵션’도 모두 불가능한 만큼 현실적으로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용인하는 것뿐이라고 정 실장은 주장했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면 북한은 미국을 ‘주적’으로 간주하면서 미국을 계속 피로하게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의 핵과 ICBM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용인함으로써 한국이 북한을 직접 관리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 실장은 “한국 정부도 ‘한반도 비핵화’나 ‘북핵 동결’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계속 매달릴 것이 아니라 독자 핵보유 결단을 통해 북미 간의 대립에 따른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을 제거하고 남북 핵 균형을 실현해 새로운 남북 평화공존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