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풀러스와 럭시 등 카풀앱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심해지는 가운데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업계 4대 노사단체가 2일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카풀앱 서비스 관련 해커톤 참여를 거부하고 '언론 플레이를 그만하라'는 설명서를 발표했다.

카풀앱 서비스는 명백한 불법이며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교묘하게 해커톤 논의를 통해 카풀앱 서비스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골자다.

택시업계 4대 노사단체는 '택시업계 의사를 왜곡하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기만적 언론 플레이를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지난달 30일 해커톤 의제에서 논란이 된 카풀앱 사항을 배제하고 4차 산업혁명과 택시산업 발전방향을 논의하기로 협의했다"면서 "그러나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은 1일 해커톤 개막에 앞서 택시업계가 참여가 한다고 밝히며 IT 기술 발전으로 부작용을 막을 수 있게 된 합승 등도 승차 공유와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카풀앱 현안을 배제하고 해커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나, 장 위원장이 택시업계의 해커톤 참여를 알리며 카풀앱 논의도 있을 것이라는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몇몇 언론에서는 택시업계가 3월 해커톤에 참여해 카풀앱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택시업계 4대 노사단체는 해커톤 불참의지를 분명히했다. 이들은 "풀러스와 럭시 등은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사업체로 불법 자가용 유사운송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행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자가용의 유상운송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여객운송질서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어떠한 규제개선 논의도 거부한다는 주장이다.

장 위원장과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언론 플레이를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택시업계의 의사를 왜곡하는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고 30만 택시 종사자들에게 사과하라"면서 "위원회가 우리 택시업계를 짜여진 각본에 따라 들러리 세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풀러스 앱 구동 장면. 출처=풀러스

현재 카풀앱을 둘러싼 논란은 '불법'에 대한 시각차이에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카풀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유상 카풀은 법 해석이 분분하다. 카풀 운행시간도 직장인 '출퇴근 시간'이라는 모호한 가이드 라인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풀러스가 지난해 말 유연근무제 도입 등의 확산으로 출퇴근 시간이 확대된다는 주장을 핵심논리로 삼아 운행시간을 늘리며 택시업계의 반발이 나오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실이 토론회를 준비했으나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됐고, 서울시 토론회도 무위로 끝났다.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나섰으나 택시업계의 스타트업 업계의 이견은 좁혀질 기미가 없다. 일단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은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그는 지난해 4차 산업혁명 위원회 확정계획 발표 기자회견 말미 기자와의 대화에서 "규제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려도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해커톤을 통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자는 것은 장 위원장의 제안이다. 장 위원장은 어설픈 규제 개혁은 사회를 좀먹는 '악(惡)'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세밀하게 사안에 접근하는 중이다.

다만 '택시업계가 해커톤에 참여할 것'이라는 점이 알려진 것은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 벌어진 혼선 때문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은 '해커톤에 택시업계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주장대로 그가 언론 플레이를 시도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풀러스와 럭시 등은 속이 타들어간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1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행사에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바다 럭시 대표는 지난해 말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스타트업은 피가 마르고 있다"면서 빠른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풀러스는 서비스 출시 당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음에도 다소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운행시간 확대에 나서며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개 스타트업의 정책 변경이라지만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움직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현재 카풀앱과 택시업계의 대결국면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카풀앱 스타트업과 택시업계의 대결구도로 흘러가고 있지만, 핵심은 신사업과 구사업의 상생 가능성을 찾는 대목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최바다 럭시 대표는 "우버 한국 진출 가능성 타진 당시 택시업계에 번진 공포가 지금 카풀앱을 향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카풀은 택시와 버스같은 운송 서비스의 보안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풀러스와 럭시가 지금 무너지면 무주공산이 된 국내 카풀앱 시장에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 시장을 뺏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택시업계가 실력을 쌓아 당당한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 일본 택시들은 ICT 기술의 파도를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본 KDDI(일본 2위 민간통신사)의 주도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성통역 택시 실증실험을 시작됐다. KDDI와 KDDI 종합연구소는 지난 2015년 11월 일본 돗토리, 2016년 12월 도쿄에서 동일한 실험을 하기도 했다. 돗토리와 도쿄에서는 관광택시가 대상이었고 오키나아에서는 콜택시와 일반택시를 대상으로 삼았다. 국내 택시업계도 ICT 발전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기사 처우개선 등 스스로의 경쟁력을 확보해 카풀앱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변수는 정치권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30만 택시기사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국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카풀 영업시간으로 인정하던 '출퇴근 시간'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되는 등 택시업계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