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정간편식 제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빙그레 헬로빙그레, CJ제일제당 고메, 신세계푸드 올반, 한국야쿠르트 잇츠온.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가정간편식은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트렌드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미국 HMR 시장규모는 2000억달러(약 230조원)를 기록했고 해마다 3%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유럽 등지에서도 같은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7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불어나는 등 해마다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관련 업계는 지난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를 약 3조원으로 보고 있다.

가정간편식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1인 가구’의 확대가 꼽힌다. 통계청은 지난해 27.1%를 기록한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이 2020년 29.6%, 2025년 31.3%까지 확대되며 2035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1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식사 준비 시간을 줄여주는 가정간편식의 수요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잡고 그 흐름을 이용해 매출을 키우기 위해 국내 식품 업계는 관련 산업의 역량을 키우기 시작했다. 사실상 국내에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식품업체들은 거의 모두 가정간편식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업체는 국내 간판 종합식품기업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고메’ 등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앞세워 2016년 가정간편식 판매만으로 1조원(국내·해외 포함)을 벌어들였다. 지난해에는 약 1조5000억원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은 가정간편식 사업을 지속 확대해 2020년에는 매출 3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이사는 공식 석상에서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요구를 면밀히 분석해 원료 가공부터 제품 제조까지의 모든 공정이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이 가정간편식의 고유명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가정간편식 브랜드들을 선보였다. 오뚜기는 ‘컵밥’과 ‘냉동피자’, 신세계푸드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올반’과 ‘베누’, 동원홈푸드는 가정간편식 세트메뉴 ‘더반찬’, 롯데푸드는 육가공 식품 가정간편식 브랜드 ‘라퀴진’, 빙그레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헬로 빙그레’,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가정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EATS ON)’을 선보이며 경쟁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브랜드 대부분이 지난해에 처음 선보인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식품 전문 업체들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도 가정간편식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정간편식 명절 선물세트까지 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이 국내 백화점 최초로 가정 간편식 ‘올반’ 선물세트를 선보인 데 이어 롯데백화점도 총 15가지 메뉴로 구성된 가정간편식 ‘한상차림’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 딜로이트의 강상욱 연구원은 “식품 대기업들은 물론 유통업체까지 가정간편식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업체 간 경쟁 격화도 불가피하며, 얼마나 많은 히트상품을 내는지에 따라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 송하연 연구원은 “지난해 수많은 업체들의 시장 참여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했고 이에 한동안은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이와 함께 1인 가구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성장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의 눈도 높아져 앞으로는 간편하면서도 영양 측면을 고려한 고급 제품들을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 제품들의 세분화·다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