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인드그룹 유수종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판매자들이 재미있어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는 이커머스 스타트업 마인드그룹의 유수종 대표이사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eBay)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일했던 시절 항상 품었던 의문이자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도전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돼있지 않았던 2000년대 초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 이상 이커머스 업계에 몸담았던 베테랑이었다. 그는 연 평균 성장률 ‘20%’라는 수치로 대변되는 한국 이커머스의 눈부신 성장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했던 이다. 그랬던 유 대표는 왜 ‘잘 나가던’ 이베이코리아를 뒤로 하고 척박한 스타트업으로 뛰어들었을까. 그가 스타트업에서 확인한 이커머스의 다른 가능성은 무엇이었을까. 살을 에는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1월의 어느 날, 서울 송파구에 있는 마인드그룹 사무실에서 유수종 대표를 만나 그의 ‘이커머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미 없어지는' 이커머스

유수종 대표가 한국 이커머스의 한계를 확인한 것은 2015년 말경이었다. 당시 주요 온라인 쇼핑몰들은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해 수많은 할인 쿠폰을 배포했고, 경쟁업체보다 단 10원이라도 물건을 싸게 판매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어떤 업체들은 경쟁사의 특정 품목과 자사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도표를 만들기도 했다. 그야말로 ‘출혈 경쟁’이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유 대표는 점점 우리나라의 이커머스가 재미없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우리나라의 쇼핑 플랫폼들이 외형 확장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저렴한 가격만이 상품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변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면서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상품들을 판매하는 이들은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고 구매자들도 자기들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당시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유 대표는 아이디어나 상품의 품질이 훌륭함에도 자본력이 약해 대형 쇼핑 플랫폼 입점을 어려워하는 소규모 판매자들이 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창업을 결심했고 정든 이베이코리아를 떠났다. 그리고 이베이, 티켓몬스터, LF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일했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모아 의기투합해 2016년 8월 마인드그룹을 창립했다.

리빙·인테리어 분야를 선택한 이유

새로운 쇼핑몰을 만들기에 앞서 유 대표는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어떤 분야의 제품들을 판매할 것인가’였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군이 많으면서도 시장의 성장세가 나타나면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고려해야 했다. “사업성을 따져 여러 조건들을 나열하고 보니 우리나라에 과연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분야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 작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회사의 동료들과 고민 끝에 패션·가전·리빙 3가지 분야로 범위를 좁혔으나 그래도 선택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각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던 중 유 대표는 주목할 만한 통계를 하나 찾아낸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 2008년 7조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리빙·인테리어 제품의 시장규모는 2015년 13조원으로 성장했고 2020년이면 약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 대표는 패션이나 가전 분야도 그에 못지않은 시장 규모가 형성돼있지만 그 분야들로는 스타트업이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과 차별화를 강조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고, 리빙·인테리어 분야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구상한다. 그렇게 탄생한 쇼핑몰이 지금의 ‘이지쇼핑’이다.

▲ 이지쇼핑 앱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마인드그룹 유수종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지쇼핑?

이지쇼핑은 국내 유일의 리빙·인테리어 분야 전문 상품 추천 모바일 쇼핑 플랫폼이다. 셀프 인테리어, 집 꾸미기, 가구 등 리빙 상품과 애완동물 상품들을 취급하는 800여개 쇼핑몰들이 이지쇼핑 앱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은 약 100만개에 이른다. 여기에 이지쇼핑은 각 쇼핑몰의 인기 제품 순위 정보와 인테리어 공간을 기준으로 나눈 상품 카테고리 분류로 실제 사용자들이 가장 쉽게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주문제작 상품, 유명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 한정 판매하던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 정보도 제공한다. 이지쇼핑은 정식 오픈 4개월 만에 앱 누적 설치 수 4만건, 일 페이지뷰 1만5000여 건을 기록하며 인테리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 쇼핑몰로 떠오르고 있다.

이베이 시절의 ‘귀한’ 실패 경험

유수종 대표가 이베이코리아를 나온 결심에는 기존에 없던 것을 해보자는 강한 의지가 반영돼있었다. 쇼핑몰의 판매 분야는 정해졌다. 유 대표가 그 다음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으로 차별화하는가’였다. 이때 그는 이베이코리아 시절의 실패 경험을 떠올린다.

“이베이 쇼핑몰 웹사이트에 등록되는 상품의 정보들이 텍스트(문자)가 아닌 이미지 파일로 돼있어 포털 사이트 검색에 상품 관련 키워드가 반영돼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지 파일의 상품 정보 텍스트를 키워드로 추출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했죠. 그러나 당시의 기술로는 개발 비용이 너무 비싸 결국 실패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인공지능과 딥 러닝(학습하는 컴퓨터) 기술이 발달했고 유 대표가 만들고자 했던 데이터 추출 프로그램 개발 비용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그렇게 해서 마인드그룹의 연구진을 통해 개발된 프로그램이 이미지에서 상품 정보 텍스트를 추출하는 시스템 ‘마인드시커(Mindseeker)’다. 마인드시커를 활용하면 판매자들은 다른 온라인 마켓들보다 더 쉽게 더 많은 상품 정보 키워드들을 온라인에 노출시킬 수 있다. 이 기술로 마인드그룹은 특허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수림창업투자, 삼본파트너스 등 창업투자회사에게서 1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다. 마인드시커는 현재 이지쇼핑 모바일 앱과 호환성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 마인드그룹 유수종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레드오션 속 블루오션 찾기

그가 추구하는 것은 독특함과 차별화다. 그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이베이를 나올 수 있었다. 유 대표는 “국내 이커머스는 자본 싸움입니다. 일 년에 몇 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그들은 투자를 멈추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죠. 그럴수록 대형 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라면서 “그렇지만, 복잡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 대형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함은 작은 쇼핑몰들보다 느릴 수밖에 없고 이것은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업계를 일컬어 이미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큰 업체들이 놓치고 있는 ‘블루 오션’이 있다는 확신한다. 유수종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전문 쇼핑몰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제시해 판매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