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 법무사 A씨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약 7년간 380여건의 개인회생·파산사건을 수임한 후 개인회생신청서와 채권자목록 등 개인회생·파산사건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법원에 제출, 비송사건에 관한 법률사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처리’하는 방법으로 4억 6천만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법무사법 제2조 제1항이 규정한 법무사의 업무 범위는 ‘법원과 검찰청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제1호)’, ‘법원과 검찰청의 업무에 관련한 서류의 작성(제2호)’ 및 위와 같이 ‘작성된 서류의 제출 대행(제6호)’로 한정돼 있다. 

법무사는 개인회생·파산사건절차 ‘각 단계마다’ 법무사가 의뢰인의 위임을 받아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법무사 A씨는 의뢰인으로부터 ‘한 번에 포괄적으로 위임을 받아’ 관련 서류 작성·제출 대행 등의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한 결과 결국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되기에 이른 것이다.

현행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비송 사건 등에 관하여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각 단계별 위임이 아닌 한 번의 포괄적 위임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대리’업무에 해당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확립되어 온 우리 법원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선고된 형사판결의 결과는 비록 1심 판결이기는 하나, 기존 판례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재판부는 “국가는 사법제도의 건강한 발전과 국민 법률생활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법무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관련 규정에 따라 정형화된 여러 종류의 서류를 동시에 제출하는 개인회생·파산사건의 특성상 법무사가 서류를 한 번에 작성해 제출하고 보수를 일괄 결정했다는 사정만으로 ‘대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사직역 자격사들의 업무 범위에 대한 정치한 수사와 명확한 기준 획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추상적인 표현에 머무르고 있는 변호사법을 근거로 이들에 대한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며 법무사 A씨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대한법무사협회는 내친 김에 법무사법 개정을 통해 이번 재판에서 문제가 됐던 비송사건 대리권을 아예 입법적으로 법무사 업무 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국회에는 법무사법 제2조 제1항에 규정된 법무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면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사건 신청의 대리권(제8호)을 명문화했다.

만약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앞으로 법무사는 개인파산·회생사건에 대해 변호사와 같은 대리권을 가지게 되고, 현재 진행 중인 법무사 A씨의 사건 등 하급심, 항소심 등에 계류 중인 사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법무사들의 거센 공격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유사직역 자격사들로부터 변호사의 업무 영역을 수호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한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은 최근 세무사법 개정에 반대해 임원진이 모두 삭발하는 초강수를 두었으나, 세무사에 이어 변리사, 이번에는 법무사로부터도 일격을 당하는 등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변협은 다른 직역과의 ‘영토 전쟁’에서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 로스쿨 제도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으니, 기존의 유사직역 자격제도는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로스쿨 제도’가 본래적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변협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함에 있어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지 의문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결국 다른 직역들과의 ‘영토전쟁’에서 여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는 한편, 로스쿨 제도를 정상화시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변협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