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해주 고려인 청년 동포 네트워크 'ETKO'창립 1주년 정기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명수 기자

[이코노믹리뷰=전명수 러시아주재기자 ] 연해주 고려인 동포 청년 네트워크(Ethnic Korean, ETKO)의 창립 1주년 정기총회가 26일(현지시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소재의 현대호텔에서 개최됐다.

ETKO는 재외동포재단 장학생으로 선정됐던 고려인 청년들이 주축으로, 차세대 지도자로써 발전 가능성이 높고 명망 있는 고려인 4~5세 청년들의 모임으로 극동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네트워크이다.

앞으로 한국사회와 고려인 동포들간 상호 교류를 견인해 나갈 차세대 리더들의 모임 자체만으로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이 현지 한인사회에서 내놓는 평가들이다.

지난해 창립총회를 갖고 발족된 ETKO는 의미있고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며 적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7월 재외동포재단 및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후원으로 극동지역 고려인동포 청년층을 대상으로 열린 ‘포토 에세이’ 경연대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고려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보자는 목적으로 열린 공모전을 통해 무엇보다 현지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 4~5세를 결집시킬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또한 그들이 지닌 민족성, 가치관 등을 명확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아주 의미있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창립 1주년 정기총회에서는 회원으로 활동하는 고려인 청년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차기 회장단 선발 △주요 사업계획 △모임 활성화를 위한 발전적 제언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주 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한인회, 한국유학생회, 극동연방대 교수진 등 외빈들 또한 참석해서 따뜻한 덕담과 지원 등을 약속하며 ETKO 창립 1주년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1937년 9월 스탈린은 소수민족 분리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거주하던 17만여 명의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일명, 카레이스키로도 일컫는 이들 고려인은 현재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등 곳곳에 약 60만여 명이, 극동 연해주에는 약 3만여 명이 살고 있다.

장 나제즈다 1대 부회장은 "한 달이 넘는 시베리아 횡단여정에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 질병으로 열차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도 척박한 황무지에서도 소수민족으로써 차별과 냉대속에서도 한민족으로서 정체성과 뿌리만큼은 잊지 않았다“는 할머니 말씀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우리 모임을 더욱 활성화해서 우리 세대가 한인이란 민족성을 더욱 확립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1대에 이어 제2대 회장으로 선출된 강 블라디미르(극동연방대 박사과정)는 “명망있는 더욱 많은 동료들을 발굴뿐 아니라 작지만 의미있는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현지의 고려인 청년들이 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모국 방문 및 한국 역사·문화체험 활동 △한인사회와 협력사업 전개 등 각종 사업들을 추진할 ETKO이다.

지난해 고려인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80주년 해를 계기로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의 재외동포담당 박관석 영사의 숨은 노력의 결실에 힙입어 만들어졌다는 것이 ETKO 회원들이 전하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 영사는 “현지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고려인 동포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차세대들과 네트워크 구축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