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뉴스피드의 게시물 노출과 관련해 주요 알고리즘 변경에 나섰다. 플랫폼 공공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잡는 한편 게시물의 성격과 관련된 불필요한 논란을 지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지만 핵심 전제인 ‘게시물 노출 가이드 라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3일 페이스북 코리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게시물 노출 변경은 노출 중요도를 결정하는 랭킹 시스템의 변화, 신뢰할 수 있는 언론매체에 기사 노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개발자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두 가지 변화

노출 중요도를 결정하는 랭킹 시스템의 변화는 페이스북 플랫폼 비즈니스의 근원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 상에서 친구와 가족이 올린 게시물을 더 자주 노출하고, 퍼블리셔나 비즈니스의 상업 콘텐츠(전체 공개 게시물)의 노출은 낮추는 방식으로 개편할 예정”이라면서 “업데이트된 랭킹 시스템에서 콘텐츠의 노출 여부는 해당 포스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업데이트된 랭킹 시스템이 도달율, 동영상 시청 시간, 외부 유입 트래픽 등 페이스북 페이지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페이지의 콘텐츠가 받는 반응 수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페이스북의 결단은 단기 관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일부 포기하고, 그 반대급부로 내실있는 폐쇄형 SNS 정체성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은 여러분이 더욱 가깝게 연결되고 교류하실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이를 위해 친구와 가족과 나누는 소통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봐도, 타인과 두터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은 단순히 즐겁기만 한 서비스를 넘어서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면서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부서들의 목표 역시 사람들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욱 의미 있는 소통을 제공’하는 것으로 방향을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상업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양하고 현실의 인간관계를 투영시킨다는 것은 페이스북의 플랫폼 수익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커버그 CEO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머무는 시간은 더욱 가치 있게 변화할 것”이라면서 “장기간에 걸쳐 우리의 공동체와 기업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당장의 매출 감소 등을 피할 수 없지만 이 변화가 장기적으로 페이스북 생태계 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페이스북이 이번 조치를 통해 플랫폼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등 잃는 것도 많지만, 저커버그의 말처럼 얻는 것이 더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변경된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에는 상업 콘텐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가치있는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는 ‘상업 콘텐츠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라면 변경된 알고리즘이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정책이 스토리텔링 등을 활용한 내러티브 광고 마케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프라인 인맥을 중심으로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것도  ‘끈끈한 생태계’를 위한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콘텐츠가 뉴스피드에 자주 등장하면 페이스북 자체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뉴스피드 랭킹 시스템이 페이스북의 자체 플랫폼 강화에 따른 비즈니스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다면, 19일 발표된 뉴스피드 뉴스 노출 개편은 언론사 콘텐츠 노출 빈도를 설문조사로 정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선정적인 기사, 잘못된 정보, 사회 양극화와 같은 현상을 해결하고 사람들이 고품질의 기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언론매체의 뉴스, 유익한 뉴스, 지역 공동체 관련 뉴스에 우선 순위를 두는 뉴스피드 개편이 단행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결과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언론매체가 선정된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 변경은 미국에서 처음 적용되며, 점진적으로 전 세계로 확대될 예정이다.

저커버그 CEO는 “(이번 알고리즘 변화로) 뉴스피드 상에서 언론 기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현재 5%에서 향후 4%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언론 기사가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고 토론을 나눔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해 나갈 것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언론 매체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라고 결정을 내렸다”면서 “특정 기사를 작성한 언론 매체를 평소에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해당 매체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등을 응답자들과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비교적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매체의 기사 비율이 올라가는 구조다.

가짜뉴스의 범람 등으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ICT 플랫폼 기업 전체가 사회의 지탄을 받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설문조사를 통해 언론사 콘텐츠 노출 빈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자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버즈피드는 “소비자의 리뷰가 뉴스의 질을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리코드도 “페이스북 답지 않은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아나 보파 페이스북 GPP 담당자가 서울에서 열린 페이스북 커뮤니티 데이에서 그룹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출처=페이스북코리아

페이스북 부는 묘한 변화의 바람

최근 페이스북은 자기들을 둘러싼 논란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실질 액션플랜에도 거침없이 나서고 있다. 세금 문제를 두고 구글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버티는 것과 달리, 페이스북은  전향적이다. 페이스북의 데이브 웨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페이스북 광고 판매를 광고가 집행되는 현지 지역판매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더 이상 아일랜드 법인에서 각국의 광고 수익을 집계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늦어도 2019년부터 각국에서 발생한 매출에 따라 현지에 세금을 내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ICT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미있는 결단이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 출신인 케빈 마틴 본사 부사장이 한국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망 사용료와 관련된 논의를 하기도 했다.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이슈를 제기하던 네이버가 머쓱할 정도로 성의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중앙권력을 분산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의 가치는 충분하다”면서 "중앙집권 시스템의 권한을 빼앗아 사람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개발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등 중앙집중형 SNS 플랫폼 회사인 페이스북이 분산형 권력 모델까지 거론해 화제다. 페이스북 메신저에 가상화폐를 연결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CNBC는 "중국은 가상화폐를 금지하고 있으나 페이스북이 조기에 가상화폐를 페이스북 플랫폼에 연동한다면 가상화폐 기반의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콰이를 비롯해 생각보다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SNS의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스냅이 건재한 상태에서, 페이스북이 연이어 파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서는 한편 민감한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 개편까지 거론하는 이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저커버그 CEO의 정치 입문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페이스북 보유 주식 중 최대 7500만주를 18개월에 걸쳐 매각할 것이며 매각 대금은 부인인 프리실라 챈과 2015년 설립한 자선단체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제공된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부일 수 있으나 정치 포석이 깔렸다는 평가다. 미국의 여론 분석기관인 화이브서티에이트는 한때 마크 저커버그를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명단에 올려 그를 일종의 ‘잠룡’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저커버그는 정치입문에 선을 긋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자 문제로 설전을 벌이거나 오바마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 담은 여론조사 전문가인 조엘 베넨슨을 영입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의 가짜뉴스를 걷어내고 플랫폼 공공성을 끌어내는 것이 저커버그 CEO의 정치 행보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말도 있다. 물론 당장 가능성은 낮지만, 추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이 최근 커뮤니티에 집중하며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를 보이는 대목도 중요하다. 페이스북 코리아도 지난해 11월30일 서울 테헤란로 캐피탈타워에서 ‘페이스북 커뮤니티 데이’를 열어 페이스북의 ‘그룹(Group) 서비스를 소개하고 운영자를 초대해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안나 보파(Anna Bofa) 페이스북 그룹 프로덕트 파트너십(Group Product Partnership) 담당자도 참석해 페이스북의 새로운 미션인 ‘공동체 구축(빌딩 커뮤니티)’에 대해 발표하는 등 특히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