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신년기자회견에서 1987년 마지막으로 개정되어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며,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한 바대로 우리 헌법에 대한 또 한 번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올해 6월 13일 지방선거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기회를 놓치고 개헌을 위한 별도의 국민투표를 하려면 최소 12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소요되는 만큼 만약 국회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청와대가 주도해서라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도 동시에 진행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사실 개헌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 먼저 시작됐다. 국회는 지난해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를 구성해 1년간 활동을 하였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도 없이 지난해 12월 개헌특위를 올해 6월말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합의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올해도 지난 15일 개헌특위 첫 전체회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개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야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 이외에는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 못하고 있어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절차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나?

개헌 절차는 헌법 개정안의 발의(헌법 제128조), 발의된 헌법 개정안에 대한 20일 이상의 공고(헌법 제129조), 공고된 헌법 개정안에 대한 60일 이내의 국회 의결 및 의결된 헌법 개정안에 대한 30일 이내의 국민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공포된다(헌법 제130조).

문 대통령이 6월 13일 지방선거와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못 박은 만큼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없는 공고기간인 20일 및 여야 간 대립으로 공전이 예상되는 국회 의결 60일을 고려해 최소 지방선거 80일 전인 3월 중에는 헌법 개정안의 발의가 필요한 상태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개헌 일정에 맞추어 1월 중 개헌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개헌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개헌을 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라 여당이 다른 야당의 도움을 받아 국회재적의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국회발(發)’ 개헌안 마련은 쉽지 않은 상태다(헌법 제128조 참조).

이 경우 문 대통령 역시 헌법이 정한 헌법개정안 발의권자로서 자신이 마련한 개헌안을 공고하고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으나(헌법 제128조 참조), 야당과의 충분한 의사 조율 없이 개헌을 강행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되레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요컨대 개헌안을 누가 발의하고, 또 어느 시점에서 개헌을 할 것이냐는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6.13. 지방선거의 승리, 장기적으로는 문 대통령 또는 제20대 국회의원 임기 중 정치적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와 직결되는 문제라 국회, 청와대 간의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내용을 개헌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개헌 시기나 발의권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는 역시 어떤 내용을 개헌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대선 무렵이지만, 87년 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인 제9차 개정 헌법으로는 현재 국민들의 복잡 다양한 이해관계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는 지적은 헌법학계 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뿐만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실무를 중심으로 하는 유관단체에서도 이러한 헌법적 논의에 발맞추어 헌법 개정을 위한 TF팀까지 구성해 운영해 왔는바,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헌법 개정을 위한 연구 결과물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남은 것은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그 중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이냐는 문제다. 국회 개헌특위는 총강 및 기본권, 정부형태(권력구조), 지방분권, 재정경제, 정당선거, 사법부, 헌법개정절차로 항목을 나누어 세부적인 논의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인하여 어떤 내용을 개헌 대상으로 삼고, 그 내용은 어떻게 개정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당분간 쉽게 합의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개헌정국으로 인해 올 한 해 정치권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상태에서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해법을 발견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