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개최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또 한 번의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국민들의 염원이 있었고 긴 시간동안의 많은 노력들이 있었기에 이번 올림픽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2002년 월드컵이 그랬듯이 잘 치른 국제 스포츠대회 한 번은 정치·외교·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다. 

그런데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 준비에서 우리는 얼마 전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황창규 KT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리고 조양호 한진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것이다. 회장님들은 살을 에는 추위, 그리고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날씨에 굳이 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을까? 여기에는 스포츠 이벤트를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이 녹아들어 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3가지 종류      

스포츠 마케팅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스포츠마케팅’은 스포츠 제품을 매개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스포츠 관련 조직의 목적달성을 위한 교환활동이다. 두 번째로 ‘스포츠의 마케팅’은 스포츠 경기 자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는 마케팅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은 스포츠 경기로 주관자가 제3의 편익(benefit)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마케팅이다. 이번 마케팅 인사이드에서는 3번째인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로 한다. 

앞서 언급한 대기업 총수들의 성화 봉송 참여나 스포츠 단체의 장을 맡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스포츠종목이나 이벤트를 활용해 보다 친근하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굳이 상업성을 크게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스포츠 후원으로 드러나는 기업의 브랜드는 상업 광고를 기피하는 대중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특정 스포츠 경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 이미지는 기업에게 투영되기도 한다. 

▲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파트너사들. 출처=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마케팅 매커니즘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례로는 글로벌 음료기업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 코카콜라는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9회 올림픽대회에서 미국 선수단을 위해 콜라 1000상자를 후원했다. 이에 대회에 참가한 유럽 국가의 선수들도 코카콜라를 접했고 이를 통해 코카콜라는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한다. 코카콜라는 이후 매 대회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로 이름을 올리면서 전 세계에 브랜드를 계속 알리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린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친다.     

프로야구는 적자 스포츠? 항상 그렇지는 않다  

스포츠의 마케팅 활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종목은 바로 프로야구다. 각 프로야구 구단들의 수입은 관중들이 구매하는 입장권과 그 외 여러 기업들이 요청하는 광고 등으로 다소 한정돼있다. 그래서 ‘드는 돈’에 비해 ‘버는 돈’이 적은 야구는 수익보다는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구단들이 팀을 운영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모든 프로야구팀이 그렇지는 않으며 여기에는 구단 운영으로 인한 미디어 노출 효과로 파생되는 마케팅 수익이 빠져있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정규 시즌 경기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타이거즈는 2017년의 구단의 방송·미디어 노출 효과를 계산했다. 2017년 KIA타이거즈의 미디어 노출 효과로 인한 수익은 461억원, 지면 매체 노출 효과 수익은 311억원으로 산출됐다. KIA타이거즈 구단이 한 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약 300억원대임을 감안할 때 적자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프로야구에서 마케팅으로 나름 ‘남는’ 장사를 했다. 물론 이러한 수익에는 통합 우승이라는 팀의 성적이 전제로 깔려 있긴 했지만. 

밸런스가 중요! 

대부분의 스포츠 마케팅에는 큰 단위의 돈이 든다. 그래서 대기업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큰돈이 들어가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대부분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수익과 투자비용이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를 테면 특정 종목의 스포츠 팀이 우수한 성적으로 파생되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해 거액을 들여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팀이 우승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의 스포츠 후원에 상업성 브랜드 노출 비중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면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그저 그런 상업성 광고로 여겨지면서 오히려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대기업들의 스포츠 대회 후원 마케팅이 경영자들의 불법 행위 이슈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면 여론이 반대로 들끓는 것처럼.    

한 마케팅 전문가는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는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단기간에 마케팅,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긴 안목으로 소비자들에게 스포츠의 긍정적 이미지와 기업을 동일시 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