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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가상화폐, 투기와 투자사이화폐의 정의부터 음모론까지
최진홍 ICT부장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1.12  12:54:10

사실 '가상화폐'라는 표현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가상의 화폐라는 뜻은 실존하는 화폐가 아니라는 뉘앙스가 강하며, 자연스럽게 '허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라고 불러야 하는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신봉자들은 당연히 '암호화폐'라고 불러야 한다지만 이 역시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구동되어 거래소가 뚫리지 않는 한 해킹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라고 사용해야 한다? 이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사실상 '진짜화폐'의 범주로 격상시키는 단어이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상화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 글에서는 가상화폐로 통칭하겠습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입니다. 법무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청와대가 직접 '협의된 내용이 아니다'는 말로 혼선을 일으켰습니다. 과세와 관련된 이슈와 투기에 대한 비판이 요동치고 주요은행의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 철회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 가상화폐의 한국지사격인 업비트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돌아다니며 한국블록체인협회의 행보도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 그런데 이 문제는 의외로 단 하나의 키워드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더 깊숙히 들어가면 '투기와 투자의 차이'입니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방법에 있어 투자는 생산 활동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지만 투기는 생산 활동과 관계없는 이익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금융업계 종사자에게 물어본 적도 있는데 비슷한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약간 다른 점도 있어요. 그는 "투기는 생산성을 담보하지 않은 도박, 투자는 생산성을 담보하는 도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도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성공과 실패를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 여기에는 사족이 붙어요. 그는 "생산성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투기와 투자의 정의는 결론으로 판가름난다. 결론적으로 생산성이 담보되면 투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투기가 된다"고 말입니다.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면, A라는 사람이 평창 상가 건물에 자금을 투입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사람은 투기를 한 것일까요? 투자를 한 것일까요? 투자에 가깝습니다. A가 평창 상가 건물에 자금을 집행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동계 올림픽 특수에 따른 기대효과는 생산성 창출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이 잘못되어, 갑자기 북한의 도발로 동계 올림픽이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가정합시다. 그래도 투자일까요? 네, 투자 맞습니다. 실패한 투자의 책임은 온전히 A가 지는 것이고요.

그런데 A의 행동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투기도 될 수 있습니다. 만약 A가 고급정보를 입수해 평창 상가 건물 가격이 급등할 것을 예감하고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해 자금을 집행했을 경우입니다. A의 행위는 생산성과 관련이 없습니다. 평창에 위치한 상가 건물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그는 시세 차익을 위해 '돈 놀이'만 했을 뿐입니다.

결국 투자와 투기는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집니다. 생산성의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데, 문제는 그 생산성의 판단잣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A가 장관이 되어 청문회에 참석한다고 칩시다.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올 때 A는 "실제 장사에 관심이 많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자주 봤던 장면이죠.

   
▲ 출처=픽사베이

여기서 우리는 투자와 투기를 나누기 위해 다양한 증거를 찾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과열'현상이에요. "특정 재화가 과한 열기에 휘말려 거래되기 시작한다? 투기다!"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당연히 명확한 기준은 아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나눌 필요가 있으니 핵심 증거 중 하나인 '과도한 열기'를 잡아내려고 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서울 부동산 가격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억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단지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감지하고 이를 부동산 투기 수요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확인되는 '시장의 과열=투기'라는 가설을 세워두면 정부의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도 없고, 시장이 과열되고 있으니 당연히 '제2의 바다이야기'로 보일겁니다. 그런데 반대쪽에서는 강하게 반발합니다. 먼저 생산성 논쟁을 보면, 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은 '가상화폐의 화폐혁신과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가상화폐에 자금을 집행하는 행위가 중앙형에서 분권형 인프라로 넘어가는 혁신적인 생산성 혁명과 연결되어 있다는 논리입니다.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기술의 고도화라는 결실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단 '시장의 과열'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섭니다. 국내 가상화폐 코인원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는 우리도 우려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자금의 집행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사안을 어떻게 보느냐. 또 어떤 전제로 판단을 내리느냐의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자를 먼저 보겠습니다. 생산성 측면에서 가상화폐를 논하자면, 당연히 가상화폐는 생산성이 있습니다. 각 가상화폐는 송금과 이체 등 기존 금융 인프라의 발전적 요소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이미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알트모인 리플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최대송금업체 머니그램과 자금결제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으며 이더리움은 3.7초만에 즉각적인 송금이 가능한 연결통화(bridge currency)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가상화폐는 돌덩이며, 사람들은 돌덩이를 거래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지극히 협소한 해석입니다. 그냥 구글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입니다. 가상화폐의 생산성 가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구글 검색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설마요.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에 나서는 사람들이 각 가상화폐 기술백서를 읽어보지 않고, 단순히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만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장이 과열되니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운운하는 겁니다.

가상화폐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가상화폐의 진짜 가치를 모르고 그저 시장의 과열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위험하다'는 생각만으로 거래소 폐쇄에 나서야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런데 투자용으로 집을 사고 땅을 삽니다. 과열이 일어납니다. 부동산 거래를 고심끝에 해체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 분석가가 아닙니다. 대충 그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주식을 투자합니다. 가끔 과열이 일어납니다. 증권 거래소 폐쇄하려고요? 생산성에 대한 정의는 각각 다르겠지만 문제가 발생한다고 모두 없애버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리스크 테이킹(위기관리)으로 족합니다.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해 더 잘 알도록 만들고,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업계와 협력해서 부작용을 거두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필요이상의 공포감에 젖어 맹수를 만난 타조처럼 땅에 머리를 박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더 내밀한 구조적 이해도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왜 가상화폐에 투자할까요? 수천만원의 금액이 움직이는 부동산, 증권에 나설 돈이 없는 사람들, 삶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저렴하고 쉬운 거래에 나선겁니다. 이들이 투기를 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들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의 게임에 합류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보기에 가상화폐가 아무 의미없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투자, 투기도 비슷한 의지로 행동이 이뤄진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생산성? 구글 검색해서 알아보세요. 블록체인 생산성에 대한 이견은 없을테니 투기열풍을 잡고 더 정확한 정보, 더 정확한 투자로 유도하십시요. 자금 집행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투자자의 몫입니다.

일각에서는 중앙형 권력을 부정하는 가상화폐의 실질적 가치, 즉 생산성을 정부가 경계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음모론이겠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마냥 웃으며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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