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특정한 사회문제에 주목, 전문가 집단이 해결에 나서려 할 때 투자를 한다. 이들의 활동으로 사회 문제가 줄어들거나 개선되면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성과를 측정해 본래 이 같은 문제 해결에 배정된 예산을 전문가 집단에게 지급한다. 전문가 집단은 이 예산 중 일부를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투자한 기업에게 원금과 수익을 얹어 돌려준다. 사회혁신채권 또는 사회성과보상사업(Social Impact Bond)의 기본 구조다. SIB는 투자의 측면에서 유가증권이고 사업의 측면에서 성과보상이다.

SIB는 사회복지 영역에 기업 투자와 전문가의 참여로 효율 극대화를 노리는 시스템이다. 기업은 투자로 이익을 얻기도 하지만 사회문제 참여로 마치 기부활동과 같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비전문가인 공무원보다 전문가를 활용해 예산집행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SIB는 이미 외국에서 복지사업의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국은 청년 무직자, 노숙인, 취약계층, 입양, 정신질환, 노인 문제, 가정폭력, 미혼모 문제 등 약 30개의 SIB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은 출소자, 위험 청소년, 노숙인 문제 등 약 11개의 SI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의 다른 나라도 실험적으로 SIB 사업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국가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본법을 제정하고 SIB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과 투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2년 휴면예금과 민간은행 출연금을 통해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Big Society Capital)’을 설립하고,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은 다양한 SIB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 중이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SIB를 도입해 실업과 빈곤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는 경계선 지능의 아동 문제와 위기가정, 학교폭력, 청소년 미혼모, 탈북민 문제에 SIB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SIB가 주목되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정책의 실효성은 두고 볼 일이지만 가계부채 정책 실행자들이 채무로 고통받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지근거리에서 상담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역할까지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반면 채무상담 전문가들을 투입해 취약계층의 채무조정에 활용하고 그 성과를 측정해 보상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후적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사전적으로 채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무 설계하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SIB는 문제가 생겼을 때 예산을 투입해 해결하는 것보다 사회문제화할 수준이 되기 전에 사전 개입해 적극 해결에 나선다면 효과가 더 커진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SIB사업을 통해서 사전적 채무조정으로 금융회사의 대출 부실률이 떨어지면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아닌 금융회사의 예산으로 충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SIB 성격상 물론 기업들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문제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일방적 기부가 아닌 투자로서 원금과 수익이 공공기관이 보장해준다면, 성과가 있는 사업에 재투자를 하는 등 선순환의 효과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사회문제가 개선되고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