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의 화웨이, 현대차와 벤츠, 무선통신업계의 강자 퀄컴 등은 초연결시대 기업들이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준비 중인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5G기술 등 최첨단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행사의 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삼성과 LG는 스마트TV,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사업 추진전략을 자랑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음도 확인됐다. 글로벌 가전업계는 이번 행사에서 초연결의 범위와 인공지능의 기능, ICT와 가전 전자제품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이라는 다른 숙제를 받아들었다.

▲ CES 2018.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전통의 강자는 여전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18의 별’이라고 불러도 충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 2018을 통해 단순한 연결이 아닌, 인공지능의 인텔리전스를 핵심으로 삼았다. 40여개의 파트너사, 370여개의 기기가 연결되어 있어 업계 최고 수준의 에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 연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삼성 커넥트(Samsungs Connect), 아틱 (ARTIK)을 스마트싱스(SmartThings) 클라우드로 통합하는 한편 앱의 통합, 음성인식 인공지능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 삼성전자 부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부스에는 빅스비로 구동이 가능한 스마트 TV를 설치해 참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으며 패밀리허브의 사물인터넷 경쟁력은 스마트홈 상용화에 바짝 다가갔다는 평을 얻었다. 업무용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삼성 플립(Samsung Flip)’도 처음 공개됐다. 55형 UHD 터치 패널에 타이젠 OS를 탑재한 디지털 플립차트다.

하만과의 시너지는 디지털 콕핏에서 만개했다. 삼성전자 전장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음성만으로 집안 기기를 제어하고 차량 동승자는 초고화질 드라마를 집 안에서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누릴 수 있다. 5G-ready TCU(Telematics Control Unit)도 공개됐다.

디스플레이 중 가장 큰 인기를 모은 것은 세계 최초 모듈러 TV ‘더 월’이다. 마이크로 LED로 만들어져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각각의 초소형 LED 자체가 광원이 되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불필요하며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밝기, 명암비, 색재현력, 딥(Deep) 블랙 표현 등 화질의 모든 영역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갤럭시 체험관.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LG전자의 CES 2018 핵심은 OLED였다. 인공지능 씽큐를 활용한 초연결 가전제품 라인업이 눈길을 끌었다. 박일평 LG전자 사장은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람이 제품과 서비스를 배우던 것과 달리,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을 배우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LG 씽큐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전자산업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오픈 파트너십(Open Partnership), 오픈 커넥티비티(Open Connectivity) 등 개방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서빙 로봇(Serving Robot), 포터 로봇(Porter Robot), 쇼핑카트 로봇(Shopping Cart Robot) 등 신규 로봇 3종도 공개됐으며 딥러닝 기반의 독자 인공지능 플랫폼인 딥씽큐(DeepThinQ)와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인공지능 TV도 전시됐다.

▲ LG OLED 협곡.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핵심은 OLED 협곡이었다. 전시장 입구에 길이 16m, 너비 16m, 높이 6m 공간을 마련한 가운데 참관객들은 OLED로 만들어진 협곡을 직접 걸으며 체험할 수 있다. 구부러진 길을 만들어 길 양 옆에 마치 협곡처럼 올록볼록한 모양으로 OLED 월을 세웠다. 참관객들은 OLED로 만들어진 협곡을 지나며 생생한 화질과 풍부한 음향 시스템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 LG전자 3종 로봇.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중국, 점점 강해지고 있다

CES 2018에서 중국은 존재감은 더욱 부각시켰다. 화웨이와 하이센스, 콩카 등 다양한 기업들이 거대한 부스를 차려 주변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의 경우 소니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부스가 보이지 않았으나, 중국의 가전제품 회사들은 4K TV와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메이트10을 선두로 스마트홈 생태계까지 공개했다.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에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웨어러블과 가상현실,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전시 라인업을 꾸렸다. 하이센스는 스마트TV를 중심으로 커브드 UHD TV 경쟁력을 메인으로 삼았다. 부스 정면에는 스포츠 장면을 형상화 한 전시물로 활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넷플릭스, 로쿠, 아마존 비디오 등 다양한 생태계 파트너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화웨이 부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중국의 가전제품 경쟁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 이유는 ‘진용이 두텁다’에 있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하고는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기업은 보이지 않지만, 중국은 화웨이부터 하이센스, 스카이웍스, ZTE 등 전통 가전제품은 물론 통신과 네트워크, 심지어 부품까지 풍성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온 참관객 존 리버튼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은 야심은 많지만 아직 실력은 떨어지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지금 중국 기업의 제품은 가격 경쟁력은 물론 품질까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S 2018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CES 2017에서 인기를 끈 패러데이 퓨처가 올해 정식 참가를 포기한 가운데 텐센트가 투자한 바이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인근에 현대자동차 부스가 있었지만 참관객들과 해외 주요 언론이 대부분 바이톤에 몰려있을 정도로 화제였다. 바이톤은 사이드미러가 없는 대신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통해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고 아마존 알렉사를 지원한다.

▲ 하이센스 TV.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자동차는 이제 대세다… 스마트시티?

CES 행사에서 자동차의 미래를 만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텔이 인수한 모빌아이는 ADSD 기능을 직접 시연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었으며 무선통신업계의 강자인 퀄컴도 헤일로 무선 충전 시스템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완성차들도 속속 자율주행차에 뛰어들며 CES 2018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일본의 도요타는 이팔렛트(E-Pallet)라는 자율주행차를 공개하는 한편 이를 통한 온디맨드 경제 활용법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포드와 메르세데스 벤츠, BMW도 모두 경쟁적으로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선보인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넥쏘를 공개하는 이색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 도요타 이팔렛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가전제품 전시회에서 자동차가 두각을 보이는 이유는 플랫폼의 스펙트럼과 관련이 깊다.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초연결 사물인터넷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산업 생태계를 구성해야 하는 기업들이 자동차를 확장 플랫폼으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홈으로 TV와 에어컨 등이 연결된다면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홈의 사용자 경험을 집 외부로 연결하는 일종의 촉매제가 된다.

자율주행차의 비전이 자연스럽게 스마트시티의 개념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올해 CES 2018에서는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시티로 논의가 확장됐으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중국의 화웨이가 ‘스스로 발전하는 스마트시티’ 개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 벤츠 자율주행차.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모빌아이의 ADSD.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인공지능의 진화

CES 2018이 초연결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삼는 순간 인공지능은 핵심 플랫폼이 됐다. 문제는 단순히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것으로 고객들이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결 이상의 가치를 마련해 사용자 경험을 키워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올해 CES 2018 핵심 어젠다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김현석 CE부문 사장은 “지능화된 서비스를 구현하겠다(Intelligence of Things for Everyone)”면서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은 연결될 것”이라면서 “사물인터넷은 고객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간단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조셉 스틴지아노(Joseph Stinziano) 전무도 “삼성전자의 지능화된 사물인터넷 기술이 사용자의 가사노동에 드는 시간과 부담을 줄여 더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더 많은 소비자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에코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 단순한 연결로는 고객들의 마음을 얻기 어렵고, 인공지능으로 단순한 자동화 기술을 제공해도 성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이 마련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4차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올해 CES 2018을 통해 확산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칩 제조사의 입지는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인공지능의 진화가 화두로 부사하며 5G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퀄컴이 그 중심에 있다. 퀄컴은 2018년형 혼다 어코드(Honda Accord)의 최첨단 개인화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BYD가 준비 중인 전기차를 위해 퀄컴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솔루션이 도입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향후 선보일 차량에 퀄컴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플랫폼이 도입되며 아마존이 자사 알렉사 음성인식 서비스(Alexa Voice Service, AVS)에 퀄컴 스마트 오디오 플랫폼 탑재를 승인했다. 퀄컴 스마트 오디오 플랫폼를 통해 안드로이드 씽스(Android Things), 구글 어시스턴트, 오디오를 위한 구글캐스트 등 다양한 구글 서비스 등을 지원된다.

▲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총괄 사장. 출처=퀄컴

ICT 기업의 등장

지난해 CES 2017 행사에서 ‘숨은 승리자’로 불리던 곳은 알렉사의 아마존이었다. 다수의 가전제품 기기들과 연동되어 인공지능 알렉사가 곳곳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회사들이 하드웨어 제품을 제공하면 알렉사가 중심 플랫폼에서 각 하드웨어 하단을 조작하는 개념이다.

올해는 구글이 아마존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노력했다. 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곳곳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알리는 전광판을 다수 설치한 구글은 올해 CES 2018을 통해 LG전자, 소니 등 굴지의 제조사들과 협력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양한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제품을 제공하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연결되는 구조다.

▲ LG와 구글의 협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구글은 대만의 HTC 스마트폰 사업부 일부 인수, 메이드 바이 구글 전략의 구사처럼 수직계열화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통의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런 이유로 아마존도 마찬가지지만, 하드웨어 기업들과 협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모두를 장악하려고 한다.

오프라인은 데이터의 보고며, 데이터가 확보될수록 인공지능은 더욱 똑똑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교한 초연결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이 확보되는 구조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CES 2018가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알리바바는 별도의 부스까지 만들어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알리페이 등 ICT 기능을 다수 공개했다. ICT 기업의 하드웨어 기업에 대한 구애가 벌어지는 셈이다. ICT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위해 가전업체, 즉 하드웨어 기업과의 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맞서는 전통의 하드웨어 제조업체들도 반격에 나섰다. 대부분 연합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삼성전자는 그 선봉이었다. 올해 CES 2018은 하드웨어 제품군을 가진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며 외부와의 협력을 조절하고, ICT 기업들이 하드웨어 제품군을 포섭해 경쟁을 벌이는 구도를 확실하게 보여준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