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일주일에 한 번씩 소장에서 천천히 방출되는 에이즈(AIDS) 약물을 개발했다. 동물실험 단계로 약을 상용화하는 데는 약 5년이 걸릴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각)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판에 게재했다.

이 약은 신약이라기보다는 약물 전달 시스템에 가깝다. 시스템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소재의 생명공학기업 린드라(Lyndra)가 지난 2016년 최초 개발했으며,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동물을 대상으로 이 시스템의 효과를 확인했다.

약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이 약을 환자가 복용하면 일주일 동안 약물이 장에 머무르면서 7개의 알약 칸막이가 하루에 한 번씩 열리면서 하루에 3종(릴피비린, 돌루테그라비어, 카보테그라비어)의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을 방출한다. 고활성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HAART)이란 대표 에이즈 치료법이다. 여러 가지 약물을 섞는 ‘칵테일 요법’으로 지난 1995~1996년 도입돼 에이즈를 치료하는 데 한 획을 그었다.

문제는 하루에 한 번을 꾸준하게 복용해야 하는 등 불편하다는 점이다. 환자가 이를 잘 지키지 않으면 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법이 더 이상 듣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약물 시스템을 돼지에게 시험했다. 그 결과 실제로 제때 약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연구 책임자는 “일주일에 한 번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약물을 먹는 횟수를 줄이면 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잘 먹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면서 “이 연구에서 새로운 형태의 약물 전달 시스템은 일주일 동안 천천히 약물을 제 용량에 맞춰 방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약물을 사람에게 시험하는 데는 1~2년, 상용화까지는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항바이러스레트로 치료약 전달 약물 설계도.출처=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

우리나라에서 매해 발생하는 HIV바이러스 감염자는 몇 년째 꾸준히 1000명을 넘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1081명, 2015년 1018명, 2016년엔 1062명이며 지난해 기준 누적 국내 HIV 감염자수는 1만1439명이다. 발생 원인은 99% 이상이 성 접촉 때문이었다. 신규감염자의 90% 이상은 남성이었고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었다. 반면 유엔에이즈합동계획(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HIV 성인 감염인은 2016년 170만명으로 2010년 190만명보다 11%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