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사단체와 한의계의 갈등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소재의 암 치료 전문 한방병원인 ‘소람한방병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고 암 치료 주사제도 놓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의료법상 불법이다. 소람한방병원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필요하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전의총, 익명의 간호사로부터 증거 자료 제출 받아

전의총은 10일 서울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소람한방병원의 무면허 의료행위 실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지난해 7월 경 소람한방병원에 근무했다는 한 간호사로부터 소람한방병원의 무면허 의료행위 관련 증거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 간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소람한방병원에 근무하는 한의사 대부분이 한의사가 해서는 안 되는 의료행위를 했다. 구체적으로 의사들만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고 의사만 할 수 있는 각종 처지와 시술들을 한의사가 간호사에게 지시했다.

최대집 전의총 대표는 “이는 명백한 한의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27조 1항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약사법 위반도 의심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는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약사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한의사는 한약과 한약제재를 조제하거나 한약을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위는 소람한방병원에 의사면허 소지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전의총의 추측이다. 소람한방병원에는 현재 16명의 대표 의료진이 근무한다. 이 중 2명은 의사 면허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14명은 모두 한의사다. 병원장과 한방대표원은 모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전의총은 “현재 소람한방병원에는 두 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의 아이디를 이용해 한의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사·의사 간 대립 격화 우려…전의총, “공론화 필요 있어”

한의사와 의사 간 대립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의사 단체 중 가장 큰 대한의사협회에서도 한방특별위원회라는 특별 조직을 만들어 언론에 한의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다. 이는 한의사들의 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 의사는 반대하고 한의사는 찬성하며 반대하는 의사를 비판해 갈등이 정점이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전의총의 기자회견이 한의사와 의사 간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전의총은 이 같은 상황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표에 따르면 과거 모 서울경찰서에서 사건을 다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사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환자들은 소람한방병원을 계속 찾았다.

최 대표는 “절실한 암 환자들이 소람한방병원을 계속 찾고 있는데 소람한방병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즉각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를 해서 현재 발생하는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람한방병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 대표는 “병원 측에서 피해구제를 위해 명예훼손 고발을 하겠지만 우리가 확보한 자료는 너무나 명확하다”면서 “법적으로 누가 잘잘못을 했는지 제대로 따져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의총은 소람한방병원의 무면허 의료행위 자료를 10일 기자회견 장에서 모두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최대집 대표는 “10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11일에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면서 “이미 고발장은 모두 써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소람한방병원.출처=소람한방병원 홈페이지

소람한방병원, “전의총 주장은 악의적…완전히 사실무근”

병원은 즉각 반발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람한방병원 관계자는 “전의총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소람한방병원은 의사면허를 가진 양방 원장이 양방 처방을 하고 한방 원장님은 한의사로서 한약을 처방하는 양한방협진병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때문에 양한방 치료를 함께 병원 의료진이 하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은 필요하다면 전의총을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일일히 대응할 수 없지만 전의총이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비방을 이어간다면 필요시 명예훼손소송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의총의 기자회견 후 커질 환자들의 불안감에 대해서도 병원은 입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환자분들은 이미 우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병원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전의총의 주장대로 무면허 진료를 하는 병원이라면 보건당국이 강남과 같은 위치에서 병원을 운영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전의총은 왜 소람한방병원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일까. 소람한방병원은 자신들이 ‘양한방 협진’을 하고 있고 커가는 병원이기 때문에 타겟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양한방 협진은 양방과 한방 치료를 함께 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치료법으로 보건당국에서 추진 중인 사항이기도 하지만 일부 의사들의 반대로 실제 이뤄지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소람한방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양방과 한방을 통합해 암 치료의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관리하는 병원이라고 설명하지 암을 다 낫게 해준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한 적은 결코 없다”면서 “그런데 일부 의사단체가 우리처럼 양한방 협진을 통해 성장하는 병원을 몇몇 사람의 근거 없는 주장만 갖고 공격하는 것은 굉장히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병원은 소람한방병원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최대집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경찰이 소람한방병원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몇 년째 증거는 없고 추측만 갖고 수사를 이어오고 있고 우리도 이에 맞는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일부 단체가 병원에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일부 환자, 그리고 좋지 않게 퇴사한 사람들을 찾아 악의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정말 병원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미 의료진이 진작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의총은 지난 2009년 대한의사협회의 정책이 의사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 하에 개원의들이 추축이 돼 설립한 단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배출했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반발해 열린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