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지만 거대 석유업체들의 주가 상승률은 이를 뒤따르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이런 격차(갭)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석유업체 주가가  20% 오를 수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의 귀가 솔깃해진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매체 마켓워치와 석유시장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한 해 동안 12.5% 올랐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18% 상승했다. 연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면 최소한 10% 이상의 두자릿수 수익률을 챙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지난해 브렌트유가 2년 반 사이에 최고치에 도달했지만 에너지 부문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MSCI내 세계 에너지 인덱스는 지난해 1.3% 상승했을 뿐이다. 특히 쉘과 토탈, BP, 에니 등을 포함하는 석유가스 부문은 유럽에서 최악의 실적을 냈다.

통상 이들 회사의 주가는 유가와 동행하는데 지난해에는 그 상관관계가 깨진 것이다. MSCI인덱스가 20% 오르고 브렌트유가 거의 50% 오른 배럴당 68달러에 육박했지만 유럽 빅 오일의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런데 유럽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UBS, RBC,JP모건은 최근 에너지부문에 대해 긍정 전망을 내놓았고 특히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유럽 빅오일 주가는 3분기에 비해 20%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들은 빅오일이 혹독한 비용절감을 계속하는데다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됐다고 이유를 대고 있다. 쉘은 지난해 11월 배럴당 60달러 유가를 근거로 2020년 현금흐름 전망을 당초 2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유가가 더 오른다면 현금흐름 개선이 더욱 빨라질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현재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구기구(OPEC)과 러시아는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 종료 시한을 올해 말로 연장하고 감산합의 이행률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게다가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예상과 달리 미국의 생산활동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유전정보 서비스 업쳍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가동중인 원유채굴기는 742개로 전주에 비해 5개 줄었다.

원유 컨설팅업체 번스타인은 “최고의 해가 될 것이다. 10년 사이에 최고의 현금흐름은 2018년을 위한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빅오일은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석유탐사 비용을 줄이고 자본지출에 대한 고삐를 죌 계획이다. 이들 업체들은 그동안 수만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불요자산을 매각했다. 이는 유가가 올랐다고 하나 2011~14년 당시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밑도는 유가 수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감원과 자산매각은 최근 이들 업체들의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정책방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것들은 투자자들이 에너지 부문에 투자할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빅오일은 올해 브렌트유 가격상승률 9%를 앞지르는 13%의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올리비아 마크햄 블록랙 커포디티스 인컴 투자신탁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해에는 힘든 해였지만 올해는 에너지 분야에 진짜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도 유가의 향배에 달려있다. OPEC과 러시아가 감산을 계속하고 있지만 산유국들의 이해관계가엇갈려 감산합의 이행률이 하락할 수 있는게 변수다. WTI가 배럴당 60달러 시대에 안착하고 브렌트유가 65달러 고지를 굳건히 구축할 경우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이 산유량을 늘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유가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 성장에 따른 원유 수요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빅오일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것은 생산이 수요를 맞추지 못해 유가가 오르는 미래를 예고한다. 원유 수입국, 소비자들에겐 악재이지만 석유업체와 에너지 투자자들에겐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투자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에너지 부문 투자를 하라고 권유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