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과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들이 한·중 정상회담으로 해제될 것을 기대한 가운데 중국의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에너지,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 정부부처인 공업신식화부는 지난달 29일 12차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목록에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제외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차량 가격의 최대 절반을 차지해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가격 차이로 현지에서 사실상 판매가 어렵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사드를 구실 삼아 자국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업체들에 대한 배터리 보조금 제외 강수를 두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기술력이 아니라 규제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차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월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주원료로 하는 배터리로 삼성SDI, LG화학 등이 선도하는 기술이다.

중국은 배터리 기술 수준이 낮아 리튬인산철(LFP)을 사용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업체들이 삼원계 배터리 품질 수준이 올라가자 지난해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삼성SDI, LG화학 등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지난 2016년 12월 29일 이후 보조금 명단에서 빠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당일 오전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차량을 발표하면서 한국 업체 배터리 장착 모델 4개 차종을 포함했다가 오후에 이를 삭제한 뒤 수정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에서 설 자리를 완전히 잃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지난해 초 베이징현대차는 중국에서 출시하려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에 장착할 배터리를 LG화학에서 중국 업체인 CATL로 바꿨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솔린과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규제하고 전기차로 전환시키고 있다"면서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 업체를 키우고자 각종 방법을 동원해 외국 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연구위원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아마존과 구글을 규제해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대표 기업"이라면서 "이러한 중국의 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중국 시장성을 고려하면 제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배터리 기술이 중국에 비해 앞서고 있어 당장 시장 판도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자국 보호 정책이 지속되면 정부의 힘을 입은 거대 배터리 기업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 10월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스카우트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에서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이 세계 반도체 연구원들을 대거 영입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듯이 배터리 업계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의 기술력과 생산력이 뛰어나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국내 기업 중 승진에서 떨어진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인력을 유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추격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