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양은 극장 팝콘 마니아다. 영화 보러 나올 땐 꼭 팝콘을 사먹는다. 특히 최근에는 팝콘에 특이한 맛을 가미한 수제팝콘에 푹 빠져 있다. 초콜릿이나 치즈, 체리 맛의 독특한 팝콘은 그 어떤 간식거리보다 행복함을 안겨준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지 않을 때라도 팝콘을 먹기 위해 극장에 들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한 극장 팝콘 개발자가 스위스 유명한 요리학교를 나온 셰프 출신이라는 기사를 보고 팝콘에 대해 더욱 애정을 갖게 됐다.        

영화와 팝콘은 언제부터인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극장에서 먹는 팝콘은 다른 어디에서 먹는 팝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단체 등에서 극장 팝콘 가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요지는 팝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팝콘 원재료인 옥수수 대비 제품 가격은 몇 배 이상 높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팝콘과 비교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같은 양의 팝콘을 비교할 때 극장에서 파는 팝콘이 시중 편의점 등에 비해 다소 비싼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현상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안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숨어 있다.

우선 극장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자. 극장은 대개 영화 티켓, 식음료, 광고 등을 통해 매출을 일으킨다. 그런데 앞서 기술한대로 영화 티켓 가격은 배급, 제작 등으로 이익이 배분되는 구조를 지닌다. 극장 입장에서는 티켓만 팔아서는 운영비조차 건지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식음료나 광고 등의 매출을 통해서 일정 부분 수익을 보전한다. 결국 팝콘이 없다면 영화티켓 가격은 지금보다는 현저히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극장 팝콘 가격에는 원재료 외에 부대비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제조원가, 운영장비, 인건비, 임대료, 배송료, 관리비는 물론 메뉴 개발 개선을 위한 R&D, 수반 비용 등 기타 수많은 부대 비용이 그것이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극장 바닥을 들여다 보면 어마어마한 음식물 쓰레기가 널려져 있다. 고객이 지불하는 팝콘 가격에는 이처럼 음식물 쓰레기 청소를 위한 인건비까지 포함된 셈이다.

커피와 비교해 보자. 동일한 원두를 사용했어도 카페나 호텔의 커피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커피보다 비싸다. 편의점 커피는 1000원 한 장에도 구매할 수 있지만, 카페 커피는 4000~5000원, 호텔 커피는 1만원을 넘어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두 가격은 동일하더라도 임대료, 인건비, 커피를 즐기는 분위기 등 모든 것을 감안해 커피값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극장 팝콘은 단순히 옥수수를 튀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수많은 시도를 거쳤다. 특히 최근 극장들이 선보인 프리미엄 팝콘의 경우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팝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 고객의 선호도 면에서 뛰어나다.

결정적으로 극장 팝콘은 강요가 아닌 고객의 선택에 의해 구매가 이루어진다. 극장사들은 2008년부터 극장 매점이 아닌 외부에서 구입한 식음료에 대하여도 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 영화 관람 고객 입장에서 반드시 극장 팝콘을 사지 않아도 되며 외부음식을 자유로이 구매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우리나라 극장은 관대한 편이다. 해외 대부분의 극장들은 외부음식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AMC, Regal 등 미국의 극장들은 2009년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한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북미 극장가에서는 관객들의 가방, 쇼핑백 등 소지품을 검사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극장 팝콘 가격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들여다 보는 사례가 나타났다. 200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웨슬리 허트만 박사 연구팀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리처드 길 박사 연구팀은 극장 팝콘 가격이 시중보다 다소 비싼 이유를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영화 티켓 가격을 낮추어 더 많은 고객들이 극장을 찾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교 맥킨지 교수도 “극장 티켓과 매점 팝콘의 가격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매점 팝콘가격의 형성에는 인건비, 관리비 등을 고려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