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이 올해 1월부터 청년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이자율을 기존 2.25%에서 2.20%로 0.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7669명 발생했던 `취업후 상환 학자금` 장기 미상환자가 작년에는 6개월만에 3만2천여명으로 급증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학자금 대출에 왜 이자를 붙여야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제도가 시행될 때부터 시민단체는 "무이자 대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이자 대출` 요구가 무리한 요구일까. 은행도 아닌 공공기관이 학생을 상대로 이자를 받는것이 정당한 것인가를 알아봤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내 지갑 연구소’(소장 한영섭)는 3일 학자금 대출의 재원 조달 구조를 변경하면 무이자 대출을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만든 지원제도는 사실상 저소득 가구를 위한 복지차원이었다. 이를 수익 창출 구조로 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복지를 실현할 정부가 이자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들 단체는 특히 현재 청년 실업률 증가를 감안하면 학자금 대출의 이자 인하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15~29세)은 8.6%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1%포인트 올랐다. 체감실업률도 21.7%로 한 해 전보다 0.6%포인트나 올랐다. 10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체감실업률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가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및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금리 인상 등 대내·외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고 생색아닌 생색(?)을 냈다.

학자금 대출이자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 수준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대출재원 조달을 시장에 의존하기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발행한 ‘한국장학재단 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에 따르면 한국 장학재단은 시장금리를 참작해 채권을 발행하고 정부가 이를 보증하는 형태로 재원을 조달한다. 채권(장학채) 발행으로 조달한 재원이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자 부과가 불가피한 구조가 되버린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이 이자수익이 발생해야만 운영이 가능한 규모도 아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른 한국장학재단의 순수 재단 운영비는 약 400억원이다.  

정부나 장학재단 주장이 `조달 자금이 채권이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에 이자를 부과해야 한다`면 정부가 복지의 관점에서 세금을 재원으로 해 무이자로 대출하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다. 이를 경우 장학재단의 운영비 조달이 국회 감시를 받게 될 뿐이다.

청년 부채를 상담하고 채무설계 운동을 하는 ‘내 지갑 연구소’의 한영섭 소장은 “교육과 관련된 학자금 대출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북유럽식의 무이자 대출 제도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정부기관이 관여하는 농가 대출, 공무원 연금대출, 사학연금 대출은 모두 무이자이면서 등록금 대출에만 청년에거 이자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대학이 반값 등록금 선거공약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자금의 `무이자 대출` 정책만이라도 우선 실행하는 것이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학금 대출중 세금이 재원인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은 더욱 문제다. 세금을 재원으로 하면서 일반 상환 학자금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이자를 부과하고 있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심현덕 간사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은 국세를 재원으로 조성된 자금이어서 청년들이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면책이 되지 않는 대출금”이라며 “이 학자금도 일반 학자금과 같이 동일한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세금을 가지고 청년들에게 이자 장사를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참여연대는 사회적으로 시급한 문제에 대해 재정 지원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심현덕 간사는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이 원인이 되어 비정규직을 감수한 채 취업하거나 결혼과 출산을 늦추면서 사회 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심 간사는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을 장려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재정지원을 통해 무이자 대출 정책을 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 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에 제출한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10년 제도 시행 후 2016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인 321만명으로 집계되고 대출금액은 9조4363억으로 1인당 평균 294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장기미상환자 현황. 출처=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실

미상환 대출금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재단이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장기 미상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졸업 후 3년 후까지 상환 내역이 없는 채무자 또는 상환 개시 후 3년까지 상환액이 원리금의 100분의 5 미만인 장기 미상환자가 2013년 368명에서 2014년 3625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2015년 5369명, 2016년 7669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 6월 현재 3만 2638명에 이르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지난 해 미상환자가 급증한 것과 관련해 “2010년부터 대출한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이 졸업 후 3년이 되는 시점에서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쏟아지면서 미상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