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원화는 지난해에 이어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첫 거래가 마무리된 서울외환시장에서 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환율은 1061.20원으로 3년 2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환율의 1060원 하단이 무너진 건 지난 2014년 10월이 마지막이다. 2015년 4월 1060원대로 한차례 내려온 적이 있으나 이후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해 11월까지도 1100원대를 형성했다.

▲ 2일 오후 3시 30분 현재 원달러 환율. 출처=KEB하나은행

첫 거래일부터 낮게 시작한 원∙달러환율은 당분간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발 리스크에도 원화 강세가 큰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초 투자금이 위험 자산으로 몰리면서 원화 매수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2일 원∙달러 환율은 새해를 맞아 연기금의 해외투자 자금집행 수요 등이 환율 하단을 경직시킬 수 있으나 연내에 처리하지 못한 이월 네고 물량과 위험자산 선호 심리 등이 몰리며 하락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의 미세조정 움직임과 저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환율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상반기, 하락세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2018년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 40년 추세로 볼 때 미국 달러화는 이미 4차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미국 달러화는 한번 하락 추세가 시작되면 약 7~10년 동안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기 호조에도 구조적인 저물가 추세가 계속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달러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는 달러값이 내려가 곧 환율 하락을 의미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085~1095원으로 상정하고 연평균 1090원대를 전망했다.

SK증권은 시작은 낮으나 하반기 변수에 따라 상승하는 ‘상저하고’의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1050원~1160원대로 상정하고 연평균 1100원대의 ‘상저하고’ 패턴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1141원과 하반기 1120원의 ‘상고하저’의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편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원∙달러환율을 상반기 1140원, 하반기 1125원으로 연평균 1131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080~1115원으로 상정하고 연평균 1095원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 출처=픽사베이

글로벌 경기 호조, 미국 금리인상, 국내 이벤트 등…상반기 하락 요인 작용

‘상저’의 배경에는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낙관론이 자리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글로벌 경기는 선진국과 신흥국 전반에 걸쳐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도이치방크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2018년 세계 경제가 3~4%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당분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기 호조와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다량의 외화 투자금이 신흥국 자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분간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올해 미국과 유럽이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Fed는 자산 매입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오랜 유동성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유럽 중앙은행(ECB) 역시 자산 매입 축소를 발표하면서 제로금리 수준인 기준금리를 올릴 몸풀기에 나섰다.

다만 이들의 긴축 행보는 신중하고 느리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안 연구원은 “양대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은 경기에 비해 미약한 물가상승률에 초점을 맞추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동성 환경이 악화(긴축)되는 시기는 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경기 호조세와 유동성 환경이 당분간 완화 기조를 이어가게 되면서, 환율 역시 1100원을 밑도는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리스크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전반적인 국내 경제환경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안정을 찾으며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졌다”고 분석했다. 평창올림픽 이벤트와 수출 증가세 등 상반기 원화 강세를 견인할 요소가 많다는 점도 ‘상저’ 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달러 강세 전환 여부로 ‘하고’ 가능성

다만 하반기에는 달러의 강세 전환에 따라 하반기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는 연말에 세제개편안을 통과시키며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달러 수요를 높여 달러 강세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감세 정책은 해외에 나가있던 투자 기업의 본국 송환을 유도해 해외 유보 자금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낸다.

또 세제개편 통과 이후 미국은 올해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관련 논의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향후 달러 흐름이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장 연구원은 “아직은 미국의 통화∙재정정책 이벤트에 따라 간헐적인 달러 강세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월부터 Fed를 이끌 제롬 파월 신임 의장의 스탠스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파월은 금리인상 반대세력인 ‘비둘기파’로 분류되지만 신중하고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닛 옐런 현 의장의 정책 기조를 따라갈 확률이 높다고 평가된다.

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매파로 교체되고 있다는 점도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연내 인상할 경우 외화자금이 미국으로 흘러 달러가 강세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