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더 많은 트럭 운전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미국의 고용주들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바로 심화된 구인난이다.

4월까지 폭설이 내리는 메인주의 주 교통부는 노동 시장의 경색으로 인해 제설차 운전자를 찾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메인주의 스키 리조트들도 슬로프를 운영할 직원들을 계속 구하고 있다.

텍사스주 역시 노동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 가격이 오름에 따라 시추 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석유 운반을 위해 더 많은 트럭 운전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회사들은 근로자들의 부족으로 생산을  줄여야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하고 있다.

또 플로리다주는 허리케인 어마(Irma)로 인한 주택 건설수요에 보수 공사까지 겹쳐 건설 노동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상은 수십 년 동안 노동자 부족을 겪어 온 이 나라의 단편적 모습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실업률은 작년 11월에 17년 만에 최저치(4.1 %)를 기록하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직자들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일자리를 찾고 있다. 미국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구인자 수는 5개월 연속으로 600만명을 넘는 신기록을 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런 현상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싱크탱크인 퍼시픽 리서치 인스티튜트(Pacific Research Institute)의 수석 연구원 웨인 와인가든은 이러한 추세가 정책 입안자들을 걱정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력이 부족하면 성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더 많은 기술이나 더 높은 생산성으로 보완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조세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앨런 콜은, 노동력 부족이 세금 인하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공화당의 전략을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일자리 현장으로 돌아오려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음에 따라 침체에서 벗어났습니다."

세금 인하로 돈을 절약하는 회사들은 그들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으로는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회사 경영진들은 오랫동안 전문 지식이 필요한 역할을 맡길 고도로 숙련된 근로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는 특히 컴퓨터 교육을 필요로 하는 고급 제조 일자리에서 더욱 심하다. 경제학자들이 `완전 고용`이라고 정의하는 방향으로 경제가 흘러가면서, 사실상 모든 종류의 업종에서 고용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운전 면허증만 있으면 되는 기본 직종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 출처= justcarnews.com

미국 트럭운송협회(American Trucking Associations)는 운송 업종에서 은퇴하는 운전자를 교체하기 위해 향후 6 년간 거의 100만 명의 새 운전자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만 명의 베이비 붐 세대가 매일 퇴직한다). 임금 인상, 보다 두둑한 은퇴 패키지 추가, 주로 남성이 하던 일자리에 여성을 고용하는 것 등 만으로는 ​​필요한 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기업 경영진들은 말한다.

실업률이 2.8%에 불과한 인디애나폴리스 교외 지역인 인디애나주 카멜(Carmel)에서는 패스트 푸드 체인점이 직원을 고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제임스 브레이나드 시장은 전했다. 그는 연말 연시 한창 쇼핑이 몰리는 시기에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 시장이 타이트하다는 것은 좋은 일 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 지역을 살기 좋은 곳, 일하기 좋은 곳, 가족을 부양하기 좋은 곳으로 홍보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미 고용됐거나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는 미국인의 비율도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줄어 62.7%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가 시작됐던 2007년 12월에는 이 비율이 66%였다. 그 이유는 여전히 논란 거리이지만, 경제학자들은 오랜 경기 침체가 사람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

퍼시픽 리서치의 웨인 와인가든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아직도 여전히 힘들지요. 침체의 바닥에서는 벗어 났지만 아직 기대한 만큼은 아니니까요.”

그는 또 한 가지 잠재적 원인으로 사람들을 노동 시장에서 쫓아버린 `아편 현상(opioid epidemic)`을 들었다(프린스턴의 앨런 크루거 연구원은 1999년에서 2015년 사이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진통제 처방을 지나치게 많이 한 탓으로 노동 시장 참여율이 남성은 20%, 여성은 25%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목표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해 공화당의 세제 개혁안에 서명하면서 그는 트위터에 "내년이 기업과 일자리에 좋은 해가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가용 노동자 부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희망에 찬 물을 끼얹었다. 특히 실업률이 2.8%로 매우 낮은 콜로라도주에서는 기업들이 성장에 필요한 근로자를 찾지 못해 2018년 고용 창출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콜로라도 대학교 기업 연구소 리처드 워베킨드 소장은 지역 언론인 덴버 포스트(Denver Post)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는 여전히 강합니다. 우리는 단지 충분한 노동력이 없을 뿐입니다."

콜로라도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주(州) 고용 성장률은 3%를 보였다가 2016년에 2.3%로, 2017년에는 2.2%로 다시 떨어졌다. 2018년에는 이 비율이 1.8%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이런 일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이민자들에게 의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불확실한 국제 이민 환경에 의존하는 것은 노동 시장을 더욱 경색시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