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공해상에서 정유제품 600t을 북한 선박에서 몰래 옮겨 실은 홍콩 선적 선박 '하이트하우스 원모어'호를  억류해 조사하고도 한 달 넘게 쉬쉬하다 외신 보도를 통해 선박 이름까지 나오자 뒤늦게 마지못해 공개해  비난을 받고 있다.

▲ 지난 10월 19일 촬영한 위성 사진으로,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가 서해상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가 금지한 선박간 환적을 하고 있다. 출처=미국 재무부 홈페이지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어떤 물품도 북한 선박과 선박 간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 선박이 11월24일 여수항에 다시 입항해 관세청이 선박을 억류해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 선박으로의 물품 이적 사례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북한이 불법 연결망을 이용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교묘하게 우회한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이 선박의 이름은 '라이트하우스 원모어'로 대만 기업인 빌리언스벙커그룹이 임대해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전남 여수항에 정유제품을 환적한 뒤 10월 19일 북한 선박 '삼정2호'에 정유제품을 넘긴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29일 여수항 인근 묘박지에 발이 묶여 있다.출처=RFA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지난 10월11일 여수항에 입항해 일본산 정유 제품 4000여t을 싣고 나흘뒤인 같은 달 15일 대만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 선박은 대만으로 가지 않고 나흘 뒤인 19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4척의 배에 정유제품을 옮겨 실었다.  이 가운데 한 척이 북한 선박인 삼정2호인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트하우스 원모어호'는 삼정2호에 정유제품 600톤을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삼정2호가 정유제품을 실은 뒤 북한으로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한미간 공조를 통해 이 사실을 10월말께 인지했고 11월24일 이 배가 여수항에 다시 입항하자,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해당 배를 억류해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9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서 북한 선박과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선박이 해상에서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안보리는 또 지난 22일 채택한 결의 2379호 제 9조에서 북한이 선박 대 선박 이송을 통해 불법으로 유류를 획득하고 기만적 해상 운송 행태로 석탄이나 다른 금지된 물품을 불법 수출하고 있다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명시했다.

외교부는 이 라이트하우스 원모어호를 억류해 조사까지 하고 있었지만 한 달 넘게 공개하지 않다고 외신이 선박 이름을 공개하자 마지못해 조사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뒷북' 공개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정보 입수와 평가, 조사 등 모든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으며 조치 결과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트위터에서 "중국이 북한에 유류 반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면 북한 문제의 우호적인 해결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중 간 유류 밀거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10월 19일 중국 선박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유류를 환적했다는 보도에 관해 조사했다며, 관련 선박은 올해 8월 이후 중국의 항구에 정박한 적이 없고 중국 항구를 출입한 기록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선박이 다른 나라의 항구로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관련 보도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항상 이행해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