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술은 적당히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득이 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과연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사람마다 달라 지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술은 얼굴이 빨개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 즉시 그만 마시는 게 최선이다. 특히 술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약물’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술 권하는 사회’, 주량 적은 사람은 ‘소외감’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애주가 사이의 은근한 자랑이다. 반면 타고날 때부터 술을 못 마시거나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사람은 연말연시가 두렵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가슴 두근거림과 불쾌함만 반복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인 20대 여성 천모씨는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얼굴이 달아오르며 속이 거북하다. 그는 “다른 사람은 술을 마시다보면 취해서 기분이 좋다는데, 술을 계속 마셔도 기분이 좋다거나 취하는 느낌이 전혀 없고 머리만 깨질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회식자리는 물론이고 친구 사이에서도 술을 마시는 날은 피하게 돼 소외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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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분해효소, 사람마다 달라…주량 늘리는 법은

천씨처럼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불쾌감만 드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알코올분해효소(ADH)가 적은 사람이다. ADH가 적은 사람은 타인과 똑같은 양을 마셔도 술이 몸에 더 큰 독으로 작용한다.

주량을 늘리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ADH가 적더라도 술을 규칙으로 마시면 주량이 느는데 이는 ‘미립체 에탄올산회 시스템’이라고 하는 또 다른 효소체계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술을 마셨을 때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고 얼굴이 붉어진다면 ‘금주’가 답이다.

술을 마셨을 때 신체에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기분이 좋거나 멀쩡한 사람은 ADH가 많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오히려 술이 몸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하루 1~2잔의 술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줘 오히려 건강에 득이 된다는 각종 연구가 나온 뒤 이 같은 결과를 인용해 자기를  합리화(?)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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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잘 마시는 사람, 의존증 걸릴 확률↑…男 중독자 많아

의료계는 술을 마셔도 몸에 큰 변화가 없는 사람이라도 하루 적정량의 음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내성과 금단증상)과 남용(내성과 금단증상 없으나 일상생활에 부적응 발생)을 합한 알코올 사용장애 평생유병률은 12.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성 환자가 18.1%, 여성 환자가 6.4%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지난 한 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는 약 139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이 2006년 16.2%에서 12.2%로 줄었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대도시를 가득 채우는 인구가 여전히 술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 출처=보건복지부

적정량 음주, 남녀 합쳐도 소주 1병까지만

보건당국은 ‘저위험 음주’를 강조한다. 저위험 음주란 자기와 타인에 해가 되지 않는 정도의 음주를 말한다.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저위험 음주를 순수 알코올 섭취량 기준으로 남자는 하루 소주 5잔 이하, 여자는 소주 2.5잔 이하로 정의했다. 폭음(한 번 마실 때 취할 정도로 몰아서 마시는 것)의 기준은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이다. 소주 한 병당 소주잔(50ml)으로 약 7.5잔이 나오므로 저위험 음주를 하려면 남자와 여자 함께 마셔도 한 병을 넘겨 마시면 안 된다는 소리다.

권소영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장애는 사람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도가 다르고 일률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일반적으로 알코올의 양과 기간이 밀접한 연관이 있고 가끔하는 음주보다 지속적인 음주가 더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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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실 때 같이 먹으면 절대 안 되는 ‘약물’

 술을 부득이하게 마셔야 한다면 ‘약물’을 주의하자. 모든 약은 술과 함께 마시면 안 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약들이 있다. 특히 한국인의 유병률이 높은 고혈압, 당뇨병 등의 치료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고혈압 환자는 752만명으로 2014년 707만명에서 6.4% 증가했다. 고혈압치료제에는 혈관 확장제인 하이드랄라진, 프라조신 등이 있다. 이들은 혈관을 확장시켜 높아진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갖는다. 이 때 알코올을 함께 마시면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이 지나치게 내려가는 문제가 있다. 혈압이 낮아지면 두통이 오고 심하면 실신할 수 있으므로 고혈압치료제를 먹는 사람은 술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당뇨병은 흔한 한국인의 질환이다. 혈당을 낮추는 당뇨병치료제도 술과 복용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알코올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혈당을 낮추는 약과 동시에 작용해 지나치게 혈당이 내려가는 문제가 있다. 저혈당이 오면 땀이 나고, 손이 떨리며 현기증이 온다. 심하면 경련, 발작에 이어 혼수상태로 갈 수 있다.

일상에서 흔한 소염해열진통제도 주의해야할 약물이다. 진통제에는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있는데 이 중 아스피린은 위장관 자극이 강해 술과 병용하면 위장관 자극이 더욱 강해져 위장관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장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술이 간독성을 더욱 강화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 같은 감기약도 문제다.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졸림증이 나타나는데 이를 술이 더욱 강화해 낙상 위험이나 보행사고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흔히 수면제와 진정제를 먹는데 이 같은 중추신경 억제제와 술을 함께 먹으면 중추신경 억제작용이 더욱 커져 호흡곤란이나 저산소증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