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배터리 게이트를 일으킨 애플을 대상으로 합당한 설명을 요구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단말기 꺼짐 현상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일부러 저하시켜 고객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인 애플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국내 기업의 고객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외국기업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구글이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셀ID를 탈취했으나 방통위가 뚜렷한 제재에 나서지 못했던 사례가 반복될 조짐이다.

▲ 출처=픽사베이

최근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고의로 저하시켜 고객의 불편함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플은 20일(현지시간) "단말기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iOS 업데이트를 통해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조절했다"고 밝혔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 그리고 국내에서도 아이폰 고객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이 벌어질 전망이다.

방통위도 국내 애플 코리아를 대상으로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설명을 요구했다. 문제는 애플이 현행 정보통신망사업자법에 해당되지 않는 해외 기업이라는 점. 애플을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방통위는 애플 코리아를 대상으로 '설명'을 듣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통위의 애플 코리아 '의견 청취'를 두고 지난달 발생한 구글의 셀ID 탈취 사건과 동일하다고 본다. 구글이 올해 초부터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해 본사의 서버로 자동전송한 셀ID 탈취 사건 직후 방통위가 사실 조사에 나섰으나 별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를 무대로 애플과 구글의 갑질이 벌어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들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해외 업체, 혹은 해외 업체의 국내 사무실을 전보통신사업자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