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섭 I (사)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
FHI Federation 이사장
통일부 통일고문위원 고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
해외원조단체협의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이사 역임
<저서>
겨자씨운동, (2004, 두란노출판)
복떡방 이야기(2009.두란노출판)
‘The Amazing Story of Bread and Gospel’(복떡방 이야기 영문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의 뿔’ 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이 지역의 작년 강수량은 평년의 30%밖에 되지 않았는데, 올해 역시 6개월 째 비가 오지 않아 땅이 갈라지고 농작물이 쓰러지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UN은 이 지역에서 가뭄 때문에 숨진 사람을 3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뭄이 지속되면 농작물 수확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곡물가격이 폭등하게 돼 빈곤 국가의 현실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서울 인구 규모인 1200만명 정도가 긴급한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구호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굶어 죽는 사람들의 증가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망자의 대부분이 영양부족이 심각한 어린아이들이라는 사실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극심한 소말리아는 전체 인구 750만명 중 25%가 식량을 찾아 떠나 주변 국가의 난민캠프들은 모두 포화상태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위기로 타국에 대한 원조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아대책은 아프리카 북동부 식량지원과 함께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중 첫 번째 목표인 ‘절대빈곤과 기아퇴치’를 위해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2011년 식량지원 'STOP HUNGER(스톱 헝거)’ 캠페인을 펴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세계 절대빈곤 인구를 1% 줄이고자 한다.

지난 10월 15일에는 세계 식량의 날을 기념해 서울 난지 한강공원을 비롯, 부산, 대구, 군산, 순천 등 17개 도시에서 시민들과 긴급구호 식량키트를 만들어 짐바브웨, 에콰도르, 탄자니아, 타지키스탄 등 아프리카, 아시아 빈곤 국가에 보내는 행사를 열었다.

지구촌 곳곳의 기아 현장을 돌아볼 때마다 어린 시절 겪은 한국전쟁 때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나라는 전쟁의 상흔으로 국토가 초토화돼 수 많은 고아가 생겨났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식량과 생필품을 보내줄 만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손꼽혔던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이런 나라가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는 것은 과거 한국을 돕던 이름 모를 이들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에서 하루 5만명이 굶주림으로 병을 얻거나 영양결핍으로 죽는 상황에서 우리는 풍요로움의 일부를 해외로 돌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22년 동안 기아대책 활동을 하며 아쉬웠던 점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돕는 일에 더 열심히,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연령, 계층, 지역, 성별을 초월해 전 국민적인 나눔과 섬김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사랑과 나눔의 문화를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영유아기인 어린이집 아이들이나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섬기고 나누는 교육이 시작돼야 기부문화가 뿌리내리고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돕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돕고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것. 그것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로 정착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