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할 때, “창업도 여행처럼 준비하면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해외여행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창업 역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미래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맥락이 닿아 있어서다. 특히 배낭여행을 할 때 스스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중간에 어려움을 겪듯이, 창업 또한 독자적으로 준비할 경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배낭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창업 절차에 대해 2회에 걸쳐 연재하려 한다.

우선 배낭여행을 할 때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부터 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요약해 본다.

① 먼저 지도를 보고 목적지(국가)를 정한다.

② 항공권을 예약한다.

③ 먼저 여행한 사람들의 후기를 읽는다.

④ 여행할 지역(도시)을 다시 지도에 표시한다.

⑤ 숙박업소를 정한다.

⑥ 로컬 교통편을 예약한다.

⑦ 현지 날씨를 체크한다.

⑧ 여행 필수품을 준비한다.

⑨ 마지막으로 여행계획서를 작성한다.

배낭여행은 이렇게 9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준비가 끝난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일은 여행을 가고 싶은 나라다. 목적지를 정하려면 언제나 대륙을 먼저 결정하고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유럽이냐 동남아시아냐를 먼저 결정하고, 유럽으로 결정했다면 서유럽이냐 동유럽이냐를 결정한 다음, 마지막으로 동유럽 가운데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런 식으로 지역을 좁혀가면서 최종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먼저 정향(定向), 즉 방향을 정하는 것이 첫 번째 창업 관문이다. 예를 들면 자영업이냐 벤처냐를 먼저 결정하고, 자영업으로 결정했다면 음식, 소매, 서비스 가운데 자신의 역량과 환경에 따라 선택한 다음, 최종적으로 치킨집이냐 아니면 한식집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방향을 정할 때 중요한 점은 여행 시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선택하듯이,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즐기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목적지가 결정됐다면 항공권을 예약해야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 항공권 예약을 해놓지 않으면 자꾸 망설이게 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 자꾸 마음이 바뀌게 돼서 시간만 소비하게 된다. 아무리 가고 싶은 나라일지라도 항공권이 없으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각 항공사가 수시로 내놓는 이벤트티켓이나, 땡처리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비교적 싼 티켓을 살 수 있다. 즉 여행지가 결정됐다면 틈 날 때마다 관련 정보를 들여다봐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창업도 불퇴전의 결심을 확고하게 해야 계획에 따라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결정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의 얘기에 자꾸 흔들리게 되고, 그럴수록 각오와 열정은 식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은 창업자가 하는 것이지 남이 대신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하고, 그 책임 또한 자신이 져야 한다. 그러기에 남의 얘기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결정했을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며 움직이지 않으면 그곳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진리다.

또 한 가지. 여행을 성수기에 갈 것인지, 비수기에 갈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성수기 때 가면 항공권이 비싸고, 비수기 때는 절반 이하로도 갈 수 있다. 창업 역시 호황기에는 창업비용이 많이 들고, 불경기 때는 상대적으로 임대료나 권리금 등이 낮아지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든다.

다음으로는 ‘여행한 사람들의 후기를 읽는다’인데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것이 여행할 때 참 중요하다. 요즘에는 여행 경험을 자세하게 작성해 놓은 블로그나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호텔은 트리바고(Trivago)나 부킹닷컴(Booking.com) 등에서, 음식점은 트립어드바이저를 보면 후기가 많다.

창업할 때도 먼저 도전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성공했는지, 실패한 사람들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는 건데 간접경험을 얻을 수 있어서 유익하다. 무엇보다 동일업종을 창업한 사람들의 얘기는 어디든 찾아가서 꼭 듣는 것이 좋다.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배낭여행을 갔더라도 한나절 정도는 현지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주요관광지를 두루 둘러보고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대충 그 지역 문화나 도로 사정을 알게 되는데 그 다음부터 혼자 다니면 훨씬 편하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가이드는 3만원 정도로 그리 부담이 크지 않다.

마찬가지로 창업한 후에도 차별화나 판로개척 등 부분적인 흐름은 수시로 컨설팅이나 멘토링을 받는 게 좋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일단 창업한 후에는 컨설팅에 비용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사업은 창업 이후에 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쓰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가려면 많이 공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은 정말 필요한 것이다. 소소한 컨설팅 비용 때문에 창업자금을 모두 잃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여행준비 4번째 단계는 ‘여행할 도시를 다시 지도에 표시한다’다. 여행지 간 연결이나 주변 관광지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에서 여행지를 표시하면 주변의 다양한 관광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거리 측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내 지도’에 옮겨 놓으면 현지에서 인터넷 접속이 어렵더라도 당황하는 일이 없다.

사실 남들이 다 가는 곳보다, 자신의 정서에 맞는 관심지역을 둘러보고 느끼는 것이 휴식하면서 배우는 좋은 여행 방법일 것이다. 얼마 전 귀국 비행기 안에서 패키지여행을 다녀오던 한 중년 여성은 “여행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맨날 성당, 왕궁, 박물관만 다니다 왔다”면서 불만이 많았다.

이렇게 남들이 다 가는 곳만 다니면 자기만의 여행이라 하기 어렵다. 필자는 대체로 그 나라 유서 깊은 대학과 대표적인 예술가의 생가, 이색적인 가게 등을 방문한다. 대학을 가면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예술가들의 생가에서는 영감을 얻게 되며, 이색 가게를 보면서 소비문화의 차이와 도입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도 한다. 필자가 일본에서 가라오케에 갔다가 노래방 영감을 얻고 영국의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PC방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나라에 소개한 것도 여행의 산출물이다.

창업도 다른 사람들이 갔던 곳이라고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잘하고 즐길 만한 업종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업은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오래 가기 어렵다.

다섯 번째 절차로 ‘숙박업소를 정한다’. 여행할 도시를 결정했다면 다음은 잘 곳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도착 후에 쉽게 갈 수 있고, 다음 여행지로 연결이 쉬운 곳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정보는 ‘OTA(Online Travel Agency)’ 즉, 온라인 예약 대행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된다. 대표적인 앱은 ▲booking.com ▲ agoda.com ▲hotels.com 등인데 다소 비싸다고 생각되면 ▲AirBnB 같은 숙박 공유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유럽 같은 경우는 싼 호텔도 15만원 이상 되지만 숙박공유 사이트를 이용하면 6만원 정도까지 낮출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트립비토즈(www.tripbtoz.com)에서는 예약 후 호텔가격이 떨어졌더라도 이를 보상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이곳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숙박업소를 정한다는 것은 창업에서 입지, 즉 가게 자리를 정하는 일과 같다. 입지를 정할 때도 여행에서 도착 후에 쉽게 갈 수 있어야 하듯이 접근성이 중요하고, 다음 여행지로 연결이 쉬운 곳을 찾아야 하듯이 사업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 창업할 때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데, “이 가게에서 돈을 많이 벌어야지”보다 “이 가게를 키워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연결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다음 목표가 생기니까 일할 의욕도 더 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