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우리 옷이기 때문에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통한복을 ‘전통적’으로 입지 않았다며 꾸짖는 사람까지 천차만별이다. 전통의 산물로 한복을 이해하는 사람은 복식 고증이나 출토 유물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생활한복 혹은 기성한복 Ready To Wear 개념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한복 스타일 의복이 많이 출시되었다. 이는 전통적 의미로만 한복을 보았던 사람들의 시각을 생활 속 한복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확대한 계기가 됐다. 특히 50~60년대 한복의 자리에 양장이 들어오면서 어른들이나 입는 옷으로 생각했던 한복은 10~20대 청년들이 손쉽게 고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저렴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 스타일에 대한 수요는 다양한 개인 브랜드 론칭을 도왔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한복이 스며드는 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생활한복으로 한복을 만난 청년들은 하나둘씩 전통한복에도 관심을 갖고, 우리 전통과 문화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생활한복을 위주로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개화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한복의 고름을 매듭이나 브로치로 바꿔 달았던 기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복의 형태도 변화했음을 알려준다. 생활한복이라는 용어는 문화체육부가 1996년, ‘한복 입는 날’과 함께 함께 지정한 것이다. 당시 한복의 실용성에 기조를 맞추어 한복문화와 시장의 변화를 꾀한 후 나타난 생활한복은 전통한복에 비해 관리와 착장의 편리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흐름은 2014년 한복진흥센터 출범과 ‘신(新)한복 프로젝트’로 맥을 같이 한다.

2017년의 생활한복은 한국의 고유한 멋을 살리고 전통미를 살림과 동시에 편리하다는 인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 다양한 옷감으로 지은 생활한복은 전통과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관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한복과 전통이라는 틀 안에서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청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의 멋을 잘 표현해줌과 동시에 양옷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패션이라고 보는 측면도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차려 입어야 제대로 한복을 입는다는 관점에서 좀 더 가볍게, 취향껏 즐기는 패스트 패션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한복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있어 왔다. 이는 개량한복이 있었던 자리에 생활한복 개념이 섞이면서 발생한 혼란이기도 했다. 전통적 고유성을 무시한 국적 없는 복식이라는 평은 그때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위한 사람들이 입었던 생활한복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와 문화를 사랑한다는 상징적인 측면에서 한복을 선택했던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과격한 어떤 이가 입는 특수의상이라는 편견을 남겼다. 최근에는 한 정치인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개량한복은 다 좌파’라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생활한복 중 하나인 허리치마를 하카마에 비유했던 촌극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과 시대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생활한복은 진통을 겪고 있다. 변화와 다양성은 예상치 못한 과정과 결과물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시도 속에서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들이 어떤 이에게는 신선하고 재밌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안경 속에 갇힌 모습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생활한복도 시대의 변화 속에 살아 있는 소중한 우리 한복 문화라는 사실을 공유함과 동시에, 좀 더 나은 문화발전을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와 담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편견어린 눈으로 대상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인 시각으로 한복과 생활한복, 그리고 우리 문화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강혜원(1979). 한복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심리학적 의복연구-서울의 성인여성을 중심으로-. 대한가정학회지, 17(3), 1-11.

고정민, 채금석(1999). 생활한복에 대한 의식구조와 선호도에 따른 디자인 연구. 한국의류학회지, 23(5), 654-666.

정인희, 조효숙, 김선경(2000). 생활한복의 이미지와 가격 평가에 관한 연구. 한국복식학회지, 50(6), 33-46.

오마이뉴스(2017년 11월 29일). “개량한복은 다 좌파”...홍준표, 정말 아무말 대잔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81457&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