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쿠사이칸교토본점 (新福菜館本店). 출처=본인촬영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존재하는 서울에 콘크리트 덩어리 같은 아파트가 많이 생겨 그야말로 아파트 공화국이 된 서울을 비판하는 프랑스인의 책이다. 우리 선조들의 ‘궁’에는 원리가 있었다. 건물을 배열하는 순서가 있었으며, 꼬불꼬불한 강과 아름다운 산의 경관을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그것들의 선을 따라서 건물을 짓던 그런 원리가 있었다. 그러한 ‘불규칙’은 우리 서울의 특징이었다. 베이징을 가도 파리를 가도 가도 건물의 배치는 잘 정돈된 그리드에 따라서 설계되어 있다. 이런 도시가 잘 계획된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면 그 프랑스인이 우리의 그 옛날 서울을 아쉬워하는 시선 아래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서울의 역사를 50년, 적게는 20년의 역사라고 본다. 이렇게 서울이 변한 이유는 한국전쟁이라는 참으로 뼈아픈 이유도 있겠으나, 꼭 그렇지만 않다. 경제원리에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아름답던 마을을 부수고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세웠다.

이는 비단 주거환경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꽤나 비싼 가격에 음식을 내는 40년 전통의 유명 냉면집을 가도 냉면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있다. 방송에도 나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오래된 칼국수 집을 가도 역시나, 플라스틱 그릇과 스테인리스 그릇에 음식이 담겨 있고, 재료 알림판에는 중국산 재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가 과연 그 옛날에는 이런 그릇들과 재료를 사용했을까. 분명, 점점 손님이 늘어나고 바빠지면서 값싸고 닦기 편한 식기구를 찾게 되고 이윤을 생각하다 보니 중국산 재료를 사용하게 됐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반면 일본의 노포는 그야말로 박물관이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부터 그릇, 식기구, 재료 등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모든 것을 변함없이 유지한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여 더 손쉽고, 더 값싸고, 더 편리한 방법이 나오더라도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그들의 역사를 지켜나간다. 일본 노포의 자부심은 바로 이런 역사와 고집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교토의 오래된 라멘야를 소개하려고 한다. 역사와 전통을 초심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는 아주 유명한 라멘야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노포가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新福菜館本店(신부쿠사이칸, 신복채관 본점)

신부쿠사이칸은 1938년에 오픈한 교토 최고의 라멘집으로,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라멘데이터베이스’라는 라멘 마니아 사이트에서도 교토 내 랭크 2위로 평점 92.86점으로 1위인 타카바시 본점과는 약 1점 차이다. 이 두 라멘집은 서로 붙어 있는 이웃집인데, 라멘의 모양새가 비슷하다. 하지만, 역사와 맛은 역시 신부쿠사이칸!

신부쿠사이칸의 이름은 우리나라 말로 ‘신복채관’, 菜館(채관)은 중국에서 ‘요릿집’을 뜻하는 단어이며, 신복은 말 그대로 ‘새로운 복’으로 중국집에서도 잘 사용하는 이름이다. ‘신부쿠사이칸’은 처음 라멘이 중국에서 건너온 中華そば(츄가소바, 중화소바)가 모티브이기 때문에 이런 중국집스러운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프는 닭육수를 메인으로 야채스프를 블렌딩한다. 그 맛이 깊고 시원한데, 家系(이에케)라멘의 진한 육수와는 전혀 다른 맛으로, 무겁지 않은 육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추천한다. 육수의 색은 매우 진한 검정색으로 이 새까만 색이 신부쿠사이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맛은 쇼유(간장)가 베이스다. 면은 중간 두께의 곧은 면을 쓴다. 이 면발과 육수, 쇼유는 모두 80년 전이나 지금과 한 치도 다른 것이 없다.

메뉴는 기본 中華そば(츄카소바, 중화소바)로 (小, 소)600엔/(並, 나미, 보통)700엔/ (肉なし, 니꾸나시, 고기 없이)550円으로 여기에 멘마(죽순)와 구조네기(교토산 파, 주로 파의 파란 잎 부분이 메인으로 강한 파향과 단맛과 매운맛이 잘 어우러진 일본 최상급 파)가 올라간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 멘마는 보통의 라멘야들과는 다르게 굵기가 굵고 크기가 크다. 그래서 식감이 좋고 기본 간장 간이 돼있어 맛이 좋다. 이 구조네기와 멘마 역시 교토산이다. 이것 또한, 8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토쿠다이신부쿠소바, 특대 신복소바(特大新福そば). 출처=본인촬영
▲ 야키메시, 볶음밥 (ヤキメシ). 출처=본인촬영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特大新福そば(토쿠다이신부쿠소바, 특대 신복소바). 면의 양이 특별히 많은 게 아니라 라멘 위에 고기, 숙주, 구조네기, 생계란이 올라간 토핑이 많은 것이다.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차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特大肉多目(토쿠다이니꾸오오메)를 추천한다. 토쿠다이신부쿠소바에 더 많은 챠슈를 토핑한 라멘이다. 별미로는 ヤキメシ(야키메시, 볶음밥)가 있다. 고슬고슬한 밥에 전체적으로 쇼유가 배어 있어 맛이 좋다.

이곳의 라멘은 라멘 그릇 아래에 밑접시를 받쳐 내온다. 라멘을 내기 전에 사기 그릇을 뜨거운 물에 한 번 담가 뜨겁게 하기 때문이다. 라멘이 빨리 식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런 수고를 하는 것인데, 하루 500그릇을 넘게 파는 라멘야에서 이렇게 라멘을 낸다는 것은 여간 수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 역시 80년, 3대에 걸쳐 내려온 방법 그대로다.

이런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는 정성은 일본에서도 전국적으로 유명해, ‘신부쿠사이칸’은 신요코하마라멘 박물관에도 입점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는 참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어려운 것은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더 편한 방법을 찾아 가기도 한다. 단순히 그 선택의 是也非也(시야비야)를 떠나 어렵더라도, 쉽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초심 그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신부쿠사이칸 교토 본점은 그래서 존경하는 가게이다.

도쿄에서는 아자부주방과 아키하바라에 분점을 두고 있는데 맛은 본점과 100%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분명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영향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위치

교토 본점 (교토역에서 걸어서 5~7분 거리)

주소 : Kyoto Prefecture, Kyoto, Shimogyo Ward, Higashishiokoji Mukaihatacho, 569

영업시간 : 9:00 ~ 21:00

연락처: 075-371-7648

9시 오픈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은 8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다. 오전 10시 정도에 가서 줄을 서면 대략 11시에서 11시 30분 사이에 라멘을 먹을 수 있다.

 

아자부주방점

Tokyo, Minato, Azabujuban, 1 Chome−2−5, 富山店舗

영업시간 : 11:00 ~ 11:00

연락처: 03-6441-3395

 

아키하바라점

Tokyo, Chiyoda, Kanda Izumicho, 1−3−17

영업시간 : 11:00 ~ 15:00, 17:00 ~ 23:00

연락처: 03-583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