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사에 대한 방송사들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5개 부처가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 외주제작사 인력에 대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적절한 작업환경을 마련하지 않는 방송사들은 재허가 승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5개 부처는 19일‘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방송사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갑질을 막는 게 골자다.

이에 따르면,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재허가 점수 책정에 불이익을 준다. 외주제작 인력의 상해, 여행보험 가입 여부도 방송평가 항목에 신설해 재허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외주제작 인력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인권선언문을 제정하고 방송사별 자체체작 단가 제출을 통해 외주제작사의 현실적인 수익구조도 만든다.

외주제작사 최저임금과 임금체불, 장시간근로 등 취약사항에 대한 집중 점검하며 저작권 등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외주제작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또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를 제정하는 한편 방송분야 표준 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하는 것도 도입된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갑질논쟁은 방송계의 오래된 숙제다. 지난 7월 EBS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 외주제작사 PD가 열악한 작업환경, 빠듯한 취재비로 어려움을 겪다 무리하게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또 MBC '리얼스토리' 담당 CP가 외주제작사 PD에게 도를 넘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어 사회문제로 부상했으며 CJ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은 외주제작사 직원에 대한 갑질을 사측으로부터 강요받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방송계에서는 방송사들의 갑질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PD연합회는 MBC 리얼스토리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최승호 MBC 사장 내정 직후 논평을 통해 "외주제작사와 관련된 방송사 갑질을 중단시킬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1월7일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외주제작업계는 정부의 대책마련에 반색하고 있다. 주로 지상파 방송사와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는 서울 소재 모 외주제작 PD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방송사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줄어드는 대신 외주제작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외주제작사들의 처우는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대책이 긍정적인 외주제작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