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P Bar Take 5 김수현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서구청 사거리 주택가에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LP(레코드 판) ‘바(Bar)’가 하나 있다. 통상 ‘바’라고 하면 도시의 번화가나 유흥가의 2층이나 지하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LP 바는 주택가와 인접한 지하철역 근처 사거리, 그것도 건물 1층에 있다.

바의 주인은 매장의 벽 한켠을 비닐로 씌운 LP판으로 가득 채워놓았다. 매장에서는 늘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은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커피나 맥주를 팔고 그들이 신청하는 노래를 들려주면서 음악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Take 5’ LP Bar의 김수현 대표다. 열 살 때 처음 LP를 모으기 시작해 30년 이상 LP를 모았다. 그렇게 해서 모은 음반은 3000장이 넘었다.

“어릴 적 집 근처에 롤러 스케이트장이 있었어요. 그때 롤러장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70~80년대 영국의 인기 8인조 혼성 그룹 둘리스(The Dooleys)의 원티드(WANTED)였어요. 이런 마음에 그 노래가 너무 좋아 어머니를 졸라 둘리스의 LP를 샀죠. 그렇게 해서 한 장 두 장 모은 게 어느덧 3000장이 됐네요.”

김 대표는 서울에서 ‘잘나가는’ 회계사였다. 사회적 지위나 조건으로는 남 부러울 것 없는 그가 갑자기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한 것은 40대 중반이 됐을 때였다.

“40대 중반이면 남자들은 회사에서 부장급, 임원 정도가 되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제가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간을 넉넉잡아 지금부터 10년으로 보고, 그 뒤로 30~40년 정도를 더 살아야 할 텐데 그때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일에 치여 살다가 더 나이가 들어 준비를 하는 것 늦지 않을까라고요.”

▲ 김수현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LP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래서 김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삶의 패턴을 바꾸는 시도로 30년 이상 모은 LP를 들을 수 있는 전용 감상실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다.

“어느 날 일이 있어 일산 서구청 사거리를 지나가다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빈 매장을 발견했어요. 큰 건물의 1층 모서리에 있는 매장인데 전면과 측면이 유리창으로 돼 있는 것이 눈에 들었죠. 저 안에서 창밖으로 눈이나 비가 내리는 광경을 보면서 LP 음악을 들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들어가 살펴보다가 그곳을 인수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LP Bar Take 5는 김 대표에게 ‘놀이터’다. 일상에 지친 이들은 밤에 이곳을 찾아와 맥주 한 잔을 하며 음악에 취했다. 김 대표는 그들과 삶을 나누고, 음악을 함께 듣고,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전에 알지 못한 행복을 발견한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나이가 들어서 일은 하기 싫을 것 같고, 그렇다면 뭘 하고 놀면 좋을까를 꽤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마침 제게는 3000장의 LP에 담긴 음악이 있었고, 이를 통해 많은 이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죠.”

Take 5는 김 대표가 그리는 큰 그림의 시작이다. 그는 자기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을 모아 음악과 음식과 문화를 즐기는 복합 문화공간을 만드는 목표가 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LP 오타쿠’로 살아온 지난 30여년의 세월이 전해준 귀한 선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