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법률안 중에는 유독 여성 인권 신장과 관련한 것들이 많았다.

‘법률이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 한 해 대한민국 여성들의 인권이 그만큼 개선된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개정 법률을 통해 살펴 본 여성들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 전자장치 부착자에 대한 관리감독 엄격해지고, 법원의 직권판단으로 보호관찰 선고 가능해진다.

최근 2008년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의 출소가 3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며 재심을 요청하는 민원이 쇄도했다. 급기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필요할 경우 조두순에 대한 전자장치(전자발찌)의 부착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방법이라도 쓰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자발찌 관리소홀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행 전과자들이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로 재범을 저지르거나,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하고 있어 조 수석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쉬이 가시지 않는 듯 보였다.

전자발찌의 근거법률인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자를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규정의 신설이다(제38조 제2항). 최근 대법원은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사건에서 전자발찌를 가위로 1.2cm 가량 절단해 손상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전자발찌를 잘라내 손상을 한 것은 인정되지만, 위치를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므로 효용을 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자발찌 부착의 목적이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점에서 전자발찌 손상 사건은 그 자체로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에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전자발찌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 손상, 전파 방해 또는 수신자료의 변조,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때에도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은 전자발찌를 부착한 자가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준수사항을 위반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보호관찰소장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관련 수신자료를 추적, 검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제16조),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부착명령의 집행이 종료된 때에도 법무부장관은 5년 동안 관계 기관에 범죄경력자료와 수사경력자료에 대한 조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제33조의 2).

또한 형 집행을 종료하고 출소한 사람에 대하여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법원은 검사의 청구 없이도 직권으로 보호관찰명령 선고를 가능하도록 했다(제21조의 3).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은 법원, 검찰, 그 밖의 유관기관이 ‘크로스 체크’를 통해 물샐 틈 없이 성범죄 전과자들의 재범을 막겠다는 것인데, 과연 일련의 새로운 조치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다.

2.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는 강화되고, 난임 치료를 위한 휴가제도 도입된다.

올해는 그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직장여성들의 고충과 애환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한 해였다.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장기자랑 강요사건으로부터 직장 내 상급자들의 부하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직장 내 성문제는 ‘미투(Me too)’현상으로 번져 사회적 담론을 형성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직장 내 여성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하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중 일부를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매년 실시하여야 하며(제13조),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와 동시에 근무장소 변경 또는 유급휴가 부여 등 피해 근로자를 위한 보호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사업주에게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조치와 가해자 징계조치 등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만약 이와 같은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14조).

고객 등에 의하여 근로자가 성희롱을 당한 경우에도 사업주는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의 명령 또는 그 밖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사업주에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14조의 2).

이와 함께 모성보호의 측면에서 근로자가 인공수정 등 난임 치료를 받기 위하여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사업주가 연간 3일 이내의 휴가를 주도록 하며, 이를 이유로 해당 근로자에게 해고, 징계,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되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제18조의 3).

그러나 이 같은 노력들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직장 여성들의 피부에 와 닿을지는 의문이다. 직장 내에서 성희롱 당한 사실을 사업주에게 알리기도 힘들고, 심지어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조치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난임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난임 치료를 위해 휴가를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근거 규정은 있으나, 실제에서는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사문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 개정된 여성 인권 관련 법률은 우리 사회 내 취약한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성범죄 전과자들의 전자발찌가 어떻게 관리, 운영되고 있는지까지 신경을 써야할 만큼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고, 직장 내에서는 성희롱을 당하고 난임으로 고통 받아도 당장 자신에게 불이익이 받을까 전전긍긍해야만 한다.

여성 인권이 그동안 많이 신장되었다는 사회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의 인권은 억압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