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금융감독원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비위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노조가 소속돼있는 금융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18일 오전 11시께 금감원을 방문해 김 회장과 함 행장에 대한 비위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조사요청 내용은 ▲아이카이스트 부실·특혜 대출 ▲(박문규)사외이사 및 (김정태회장)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부당한 거래 ▲중국 특혜 투자 등이다.

KEB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회전문 인사와 셀프 연임 등 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거 정권과 관련된 비리, 주변 인사와의 부당한 거래, 특혜 투자 등의 비리 의혹이 있다”면서 “이에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정종우 하나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이진용, 김정한 KEB하나은행노조 공동위원장. 사진=KEB하나금융노조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의혹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불리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혜성 대출 의혹이 제기 됐다. KEB하나은행은 아이카이스트에 총 20억여원을 대출해주고 8억여원을 떼였다. 아이카이스트는 최순실, 정윤회 등 비선 실세들이 관여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아이카이스트 대표였던 김성진은 투자자에게 240억원의 피해를 입힌 사기혐의로 지난 9월 법원의 1심 공판에서 징역 11년, 벌금 61억원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KEB하나은행은 아이카이스트에 2015년 7월 15일부터 2016년 7월 15일까지 총여신 20억2000만원을 대출했다. 이중 최종적으로 8억5700만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신용보증기금 대위 변제 금액 9억9400만원을 포함하면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여신 대부분에서 부실이 발생했다.

특히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은 이례적으로 지난 2015년 9월 중소벤처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장이 거래처 중소기업을 방문하는 일은 낯선 일인데, 심지어 금융지주회사 회장까지 은행장과 동반해 아이카이스트를 방문했던 것이다.  

▲ 지난 2015년 9월 15일 아이카이스트에 방문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 회사에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가 1년정도 부사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오른쪽으로)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 사진=이코노믹리뷰 DB

KEB하나금융 노조는 요청서에서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자신들의 연임을 위하여 박근혜 정권의 비호를 받는 아이카이스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서 “김성진 대표의 인맥을 이용하여 정권과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이 아이카이스트의 재무제표상 분식회계 의혹을 충분히 간파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KEB하나은행 대출 실무자로 하여금 4개월 만에 합계 20억원의 부실 특혜 대출을 취급하게 하였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및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부당한 거래

조사요청서에 따르면 김정태 회장의 아들 김 모씨가 운영했던 A사와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이자 에이제이 회장으로 있는 박문규는 사업상 깊은 관계를 맺으며 부당한 거래를 맺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소매를 목적으로 2015년 설립된 회사다. 설립 직후 물티슈 전문 제조회사 에이제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에이제이는 물티슈 ‘베베숲’과 ‘올제’ A사로부터 주문받은 제품 등을 제조하고 있다. A사는 에이제이가 만든 물티슈도 판매해 왔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와 자회사가 A사의 물티슈를 구입할 경우 사외이사 박문규와 김정태 아들 김 모씨가 직접적으로 수익을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들은 2016년 8월 A사가 판매하는 물티슈와 에이제이의 ‘베베숲’을 출산휴가 중인 휴직자들에게 선물이라는 명분으로 배포하고, 고객 사은품 명목으로 상당량의 물품을 구입했다.

▲ A사 온라인쇼핑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A사 물티슈 제품. 사진=A사 온라인쇼핑몰 홈페이지 갈무리

KEB하나은행과 자회사 직원들은 위로부터 “표시나지 않게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고 경비를 비자금화하여 영업본부별로 구입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측은 "하나캐피탈이 수백만원어치 물품구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8000여만원 상당의 물티슈는 박문규 사외이사가 주주로있는 에이제이와 베베숲으로부터 기부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EB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와 자회사 및 KEB하나은행의 영업본부별 경비 집행 내역 등의 회계자료 및 A사의 매출 내역, 하나금융지주 및 자회사의 기부금 내역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하나금융측의 물티슈를 기부받았다는 주장과, 노조측의 '표시나지않게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은 상충하고 있어 이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정태 회장을 매개로 한 중국 특혜 투자

김 회장이 중국 특혜 투자를 했다는 의혹도 조사 요청서에 포함됐다. 조사요청서를 보면 김 회장은 평소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중국의 랑시그룹 신동일 회장(중국계 한국인)에게 (주)아가방앤컴퍼니를 소개하여 인수하게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랑시그룹 인수 과정에서 필요한 기업금융서비스는 물론 법률·회계 파트너십까지 제공하였고, 그 결과 랑시그룹이 아가방앤컴퍼니를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다.

김 회장 아들 김 모씨가 설립한 A사는 아가방앤컴퍼니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본점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었고, 아가방앤컴퍼니의 감사는 KEB하나은행에서 오랜 기간 준법감시인으로 재직하였던 박주열씨다.

KEB하나금융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와 랑시그룹의 관계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종 특혜 투자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017년 3월 랑시그룹과 자본금 총 10억위안(약 1630억원)의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합작사를 설립했다.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는 랑시그룹이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KEB하나은행은 2억5000만위안(410억원)을 출자하여 지분 25%를 취득했다.

KEB하나은행은 이 출자회사의 사내이사 5명 가운데 1명을 선임할 권리를 갖고 합작사 내에서 금융자문·금융주선 업무를 맡는 한편 국내 PF투자 건을 찾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이어 2017년 6월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의 유상증자에 참여, 약 1억위안(약 165억원)을 2차로 투자했다.

2차 투자에 관해 KEB하나은행은 “지난 6월 유상증자 참여는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와 설립 초기 합의한 사항으로 보유 지분율 25%를 맞추기 위한 투자 스케줄에 따른 것 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KEB하나금융 노조는 중국 투자의 적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이러한 지속적인 투자는 KEB하나은행의 중국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 행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과 함 행장의 관련 비리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상법 542조의 이사회 승인을 위반했다”면서 “형법 355조와 366조의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고 은행법 35조와 6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김정태 회장이 장기간 연임을 하는 동안 하나금융지주와 소속 자회사를 마치 본인 1인을 위한 회사인 것처럼 경영에 관여했다”며 “그의 가족, 친분이 있는 지인, 정권에 영향력이 있는 기업 등 제 3자들에게 제공한 특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원은 각종 비리 의혹 관련 사실 관계와 법률 위반 내용을 철저히 조사하여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