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전국 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0명(34%)이 올해를 잘 표현할 만한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꼽았다고 17일 밝혔다.

▲ 교수신문이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 출처=교수신문

신문에 따르면, 파사현정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낸다는 말로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본래 불교 삼론종의 중요 논저인 길장의 ‘삼론현의(三論玄義)’에 실린 고사성어다.

파사현정은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선정된 뒤 5년 만에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재선정됐다.

파사현정을 추천한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 교수는 “사견과 사도가 정법을 짓누르던 상황에서 시민들이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교수도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져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며 추천 이유를 말했다.

‘파사현정’을 택한 교수들은 새정부의 개혁이 좀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길 주문했다. 권영욱 성균관대 교수(화학과)는 “이전 정권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 되는 절차와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를 단절한 것은 ‘파사’이며 새로이 들어선 정권은 ‘현정’을 해야 할 때다”라고 ‘파사현정’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진실을 가려 바른 나라를 세워야 한다. 먼저 진실을 명백하게 가리는 일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동아시아학과)도 목소리를 냈다.

파사현정에 이어 ‘해현경장(解弦更張)’이 18.8%의 교수들이 추천해 올해의 사자성어 2위에 올랐다.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은 사회·정치적 제도를 개혁하는 것에 빗대어 쓰이는 말로 1위로 선정된 ‘파사현정’과 비슷한 맥락을 지닌다.

해현경장을 추천한 고성빈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출범한 새 정부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바르게 운영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사자성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 교수는 “촛불 시민의 뜻이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 잡는 것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잡음을 내는 거문고 줄만 바꾸는 선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3위로는 16.1%의 교수가 추천한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의미의 ‘수락석출(水落石出)’이 꼽혔다.중국 송나라 구양수의 취옹정기(醉翁亭記)의 수락이석출자(水落而石出者)’ 문구와 송나라 소식의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나온 성어다. 홍승직 순천향대 중어중문학 교수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전 정권의 갖가지 모습이 정권이 바뀌면서 드러나는 현 상황에 적합한 말”이라며 추천했다.

이밖에 ‘국토를 재건한다’는 의미의 ‘재조산하(再造山河)’, ‘환골탈태(換骨奪胎)’ 등이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