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자사의 스테디셀러 제품인 비아그라의 반값의 제네릭을 출시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국화이자는 반값 비아그라의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일반의약품 버전의 비아그라도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 비아그라.출처=화이자제약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15일 이코노믹리뷰에 “비아그라 제네릭의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화이자의 반값 비아그라는 지난 11일(현지시각)부터 미국에 출시됐다. 화이자 외에도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TEVA)가 비아그라의 제네릭을 같은 날에 내놓았다. 미국에서 비아그라의 특허는 2020년 끝나지만 테바는 비아그라 제네릭 출시 전 화이자와 협상을 끝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는 고혈압치료제로 개발됐으나 개발 과정 중 부작용으로 남성 발기증이 발견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 약은 지난 1998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이후 불티나게 팔렸다.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비아그라의 미국 내 연간 매출액은 현재까지도 14억달러(약 1조5257억원)을 꾸준히 넘긴다.

꾸준한 수요가 있는 제품이기에 테바의 주가는 비아그라 제네릭 발매 발표 직후 10% 넘게 뛰었다.

이미 오리지널 비아그라를 갖고 있는 화이자가 비아그라 제네릭을 내놓는 이유는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특허가 풀리고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이 나오기 시작하면 비아그라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먼저 특허가 풀린 비아그라는 제네릭 경쟁에 직면했다. 12월 첫째주를 기준으로 비아그라의 제네릭을 내놓은 국내 제약사는 52곳이다.

심지어 국내에선 오리지널약보다 제네릭이 더 잘나간다.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비아그라 시장 선두 제품은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인 ‘팔팔정’이다. 지난해 팔팔정의 매출액은 179억원으로 화이자 비아그라의 매출액인 107억원보다 67%나 높았다.

국내 비아그라 제네릭은 비아그라와 효능이 같으면서 가격은 3분의 1수준이다. 오리지널 가격이 한 정당 8000원 선이라면 제네릭은 2000~3000원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화이자는 ‘반값 비아그라’라는 묘수를 쓰지 못한 채 가라앉은 비아그라의 매출액을 끌어올릴 방법을 고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럽에서도 비아그라는 제네릭 경쟁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국에서 지난 2013년 특허가 만료되자 화이자는 처방약이 아닌 일반의약품 버전의 비아그라의 허가를 신청했고 지난 11월 허가 받았다. 이로써 영국은 일반의약품 비아그라를 파는 전 세계 첫 국가가 됐다. 영국은 위조 비아그라가 불법 유통되는 문제가 심각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는 1700만 파운드(249억원) 상당의 비아그라 위조품이 압수됐다. 비아그라를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영국 내 화이자 비아그라의 매출액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불법 비아그라 유통 문제는 심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인터넷 불법 판매 의약품 총 20건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이 중 불법 발기부전치료제 15건이 적발됐다. 이 약물들은 표시사항보다 최대 188% 성분이 과다 검출되거나 미달이거나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여럿 섞인 불량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불법 발기부전치료제를 자주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이유는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는 것이 수고롭고 자신이 발기부전이라는 것을 밝히기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버전의 비아그라도 국내에선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