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훈 강남동약한의원장 (www.dongyak.kr)

어렸을 적 시골 장날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원숭이나 희귀한 동물들이 재롱을 피우게 하고 약을 파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애들은 가라, 어른만 와요….” 등등 어디 어디에 좋다는 약을 파는 소위 ‘약장수’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사람들이 선전하는 문구를 보면 정말로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고혈압, 당뇨, 중풍, 성기능 강화, 관절염, 불임, 각종 피부병 등등 마치 그 약을 먹으면 모든 질병이 치료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러한 약장수의 화려한 언변과 동물들의 재롱을 구경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실제 약을 구입합니다. 그러나 그 약을 먹어보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히려 부작용이 나서 없던 병이 새로 생기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광경이 최근에는 그 판매 방식만 다르게 바뀌었을 뿐 옛날과 똑같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요즘도 일부에서 만병통치약이란 것을 들고 나와 마치 모든 질병이 치료될 것처럼 선전하곤 합니다.

옛날에 약의 판매 방법이 다분히 오락적이고 인정적인 면에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의 판매 방법은 첨단기술을 사용해서 좀 더 화려하고 마치 과학적인 것처럼 포장해서 판매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또한 판매 형태가 옛날에는 개인 대 개인의 판매였다면, 최근의 판매 형태는 기업을 통해 좀 더 조직적이고 대규모화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유행을 틈타 무차별적으로 홈쇼핑이나 일부 다단계 회사를 통해서 파는 제품들은 마치 이 제품을 통해 모든 병이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이로 인해 아무런 의학적 지식이 없는 소비자는 그들의 광고에 혹해서 수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지만 결국 얻는 것은 별로 없고 시간과 돈만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약은 모두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습니다. 감기약, 두통약, 소화제 등등 모든 약은 각각 특별한 치료를 위해 사용됩니다. 만약 어떤 광고에서 그 약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병에 좋다고 한다면 이는 결국 아무 병에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한의원에 방문하는 일부 환자분 중에서 한약을 만병통치약으로 오인하고 자신의 모든 불편한 증상을 이야기하며 한번에 모든 증상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약도 치료에 쓰일 때는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물론 원인이 비슷한 질환의 경우 드러나는 증상이 다르더라도 간혹 같이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목표에 특정한 약재로 조합된 한 종류의 처방만 사용해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만성 질환의 경우는 한약 복용 한 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1개월 혹은 수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치료를 통해서만 만성 질환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한의원에 방문해서 자신의 질환을 꼭 치료하고 싶다면 가장 불편한 증상부터 이야기해서 한 가지씩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한의사가 치료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자신의 불편함도 하나씩 사라져서 진정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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