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은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가절감 역량과 다양한 고객요구를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품질, 납기경쟁력이 핵심이다. 이 3가지 경쟁력을 확보해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해 나가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혁신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다양한 원가절감 활동을 오랜 시간 동안 추진해 왔고 개선활동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기업이었다. 체계적인 진단을 통해 개선점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검토됐다. 그중 가장 큰 원가절감 효과를 창출하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혁신 관점으로 기능했던 것이 다양성·복잡성의 감축(Variety Reduction)이었다. 우리말로는 단순히 ‘공용화’라고 번역되지만 다양성, 복잡성의 감축은 단순히 원부재료의 통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체가 사업을 지속하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제품의 종류와 수량이 늘어나고 새로운 공정과 설비운전, 작업방식 등이 복잡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영역별로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개선활동이 병행되지만 총체적인 생산성 저하는 일정 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생산체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검토하고 개선의 기회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복잡성(Variety)’ 관점이다.

복잡성 개념은 생산원가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준다. 제품의 품종이 늘어나게 되면, 필요한 부품 ‘수’, 생산공정의 ‘수’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결국 관리점 ‘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관리점’이란 일정한 기준과 표준을 통해 통제돼야 하는 포인트를 말한다. 즉, 비용이 투입되는 곳이다. 복잡성 관점에서는 생산 코스트를 복잡성비용, 기능비용, 통제비용으로 분류하며 총 생산비용은 부품과 공정의 양과 질로 분석된다. 이러한 분석은 고정과 변동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복잡성은 대부분 시장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복잡성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거나 다른 공정과 부품에 통합하는 등 변동요소를 고정화하는 접근이다. 이외에도 부품의 설계단계부터 성능과 규격을 계열화하거나 다기능화하는 등 부가가치가 낮은 복잡성을 제거하는 다양한 기법이 있다.

‘복잡성 제거’ 기법을 적용하는 데 가장 큰 제약 요건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생산방식인 경우가 많다. 제조현장은 이미 양산이 이루어지고 있고 신제품의 개발과 단종제품의 복잡성까지 대응해야 한다. 복잡성으로 인한 비용의 낭비가 관찰되더라도 변경 자유도 제약, 검토와 개선을 위한 시간과 인력의 부족으로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에 따라 설계사양과 비용의 최적조건이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개선될 수 있는 과잉원가를 안고 출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제조현장에서의 복잡성 개선활동은 시행착오 없이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성공 포인트이며 다음 두 가지 사항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째, ‘복잡성 개선’ 검토가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 관점에서 보면 단종되는 제품 및 기술, 미성숙 기술 등 검토 불가능한 범위가 존재한다. 이때 검토 범위의 명확한 설정이 없으면 단종제품이나 기술을 포함하는 불필요한 복잡성까지 분석해야 한다. 미성숙 기술이 포함되는 경우, 추후 기술변경이 발생하면 검토결과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즉, 검토범위를 좁게 잡으면 연계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전반적 복잡성이 분석되지 못하는 검토누락이 발생하고, 크게 설정하면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며 부정확한 결과에 따라 개선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둘째, 관련 부문 간 복잡성 개선을 위한 협의 및 의사결정이 명확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이해가 공유돼야 한다. 개발, 구매, 생산 등 부문별로 복잡성 개선의 이론적 배경과 구체적인 검토항목, 개선방향 등의 사전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추진되면 부문 간 다양한 이견으로 검토가 반복되고 대책의 완성도가 저하된다. 때문에 복잡성 개선의 1단계인 개선 필요항목의 도출과정부터 관련 부서가 참석하도록 해 검토상의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 그 후 2단계에서 각 부문별 검토 완성도의 정의 및 실행을 명확히 해 전사적 관점에서 장점-단점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제조업은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제품출시 후 시장가격의 하락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제품수명이 0.3~1년이며, 판매가는 30~50%까지 떨어졌다. 기계업종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평균 2.5년의 제품수명과 2년간 5~10% 이하 수준까지 떨어지는 판매가가 일반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수명의 단축으로 인한 신제품 개발기간의 단축 요구, 고객 니즈의 다양화에 따른 투입 자원의 증가, 판매가 하락 및 원가상승으로 인한 원가절감 압박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동안 끊임없이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물러설 일이 아니다.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개선의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