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쇼핑이 쇼핑의 대세로 굳어지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페이코가  4강(强) 체제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LG페이와 롯데 L페이, 현대백화점 H월렛, 신세계 SSG페이 등 외연확장도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애플페이가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간편결제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업체의 공습과 비싼 수수료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7월 한양대학교 유통연구센터가 발표한 상품구입 행태 및 변화 추적조사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비율은 매월 1%포인트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기준 국내 일평균 간편결제액은 567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다. 아직 신용카드 거래액과 비교하면 2% 수준에 그치지만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이 팽창하는 근본 이유는 쇼핑 행태의 변화에 있다. 상품구입 행태와 변화 추적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입할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율이 50% 내외로 40% 내외를 기록한 PC를 앞질렀다. 소셜커머스에서는 스마트폰의 비율이 63%로 30%를 기록한 PC의 2배 이상이다.

▲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진화하는 간편결제

온라인 쇼핑이 대세를 이루며 간편결제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온라인 결제 시장을 보면 아직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71%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간편결제도 16%를 기록하며 현금의 9%를 누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글로벌 간편결제 플레이어 중 대표적인 곳은 애플의 애플페이다. 조만간 국내 진출이 예상되는 애플페이는 무료 메신저로 지인 전화번호를 이용해 송금하는 애플페이 캐시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삼성페이 점유율은 3%로 예상된다.

국내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페이코를 중심으로 하는 4강(强) 체제가 굳건해지는 분위기다. 8월말 기준 누적 결제액은 삼성페이가 5조8360억원, 네이버페이 2조1500억원, 카카오페이 6850억원, 페이코 1조3460억원, 페이나우 1100억원 순서다.

네이버는 네이버 아이디로 15만개의 온라인 가맹점에서 결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월 거래액 3000억원, 누적 가입자 수 13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삼아 누적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로 삼아 18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NFC 방식을 이용한 범용성이 큰 무기다. NHN엔터테인먼트의 비밀무기인 페이코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NHN페이코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삼성페이와 협력해 부족한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를 채우는 중이다.

▲ 삼성페이. 출처=삼성전자

최근 간편결제 시장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먼저 강력한 플랫폼이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각각 갤럭시 스마트폰과 네이버, 카카오톡이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하며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다시 플랫폼으로 끌어오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했다.

외연 확장도 이뤘다. 4강 플레이어 외 무수한 페이들이 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LG페이를 출시했으며 롯데는 L페이, 현대백화점은 H월렛, 신세계는 SSG페이를 시장에 내놨다. 은행은 물론 통신사들도 페이 서비스 런칭에 나서고 있으며 배달의민족도 배민페이, 쿠팡도 로켓페이 등을 출시했다.

간편결제에서 송금으로의 발전도 의미심장하다. 모바일 뱅킹을 넘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미 애플페이 캐시를 통해 송금 기능을 발표한 애플페이와 비슷한 행보다. 삼성페이는 14일부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체 서비스를 추가하며 공인 인증서나 OTP가 없어도 계좌이체를 지원한다. 삼성페이와 협력하는 은행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페이도 간편결제 후발주자지만 최근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조만간 온라인 결제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며 6000여 개 SPC 계열사 매장에서 LG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내년 LG G7에 홍채인식 기술이 탑재되며 LG페이의 외연이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페이 서비스가 인증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나왔다. 카카오페이의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는 출시 2개월만에 가입자 15만명을 돌파했다.

▲ 카카오페이 인증 2개월만에 15만명 돌파. 출처=카카오

그림자도 있다

간편결제 시장이 송금으로 확장하는 한편 다양한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간편결제는 물론 다양한 틈새 간편결제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며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데이터 확보와 사용자 경험 제공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전략에서 간편결제는 더욱 빛을 발한다.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한 유통 업체들의 간편결제 경쟁력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내 간편결제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단기로는 외국 업체의 공습이다. 조만간 국내 진출이 예상되는 애플페이를 비롯해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페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운영체제 동맹군에게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고객이 인공지능 빅스비가 아닌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는 일이 벌어졌듯, 구글과 하드웨어 동맹군은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지나치게 교집합이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질적인 수수료 문제도 뇌관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10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5대 페이시장 결제현황'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간편결제 수수료는 일반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약 2배 높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페이는 다른 신용카드와 비슷한 수수료를 책정했으나 네이버페이는 3.7%, 카카오페이는 2.5%, 페이코는 최대 3.1%의 수수료가 책정됐다.

다른 오픈마켓 결제 수수료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지만 범용 서비스인 신용카드 수수율이 최대 1.3%라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히 높다.시장지배자적 위치를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간편결제 4강 체제가 굳건해지며 대기업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부담스럽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페이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일종의 카르텔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군소 페이들의 존재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는 페이 서비스가 지나치게 많아지며 오히려 고객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는 비판과 연결된다. 군소 페이들은 일시 마케팅 집중으로 '재미'를 보고 있으나 마케팅 기간이 종료되면 이내 원상태로 회복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 LG페이. 출처=LG전자

간편결제는 시장 자체의 수수료 수익을 넘어 생태계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결제가 불편하면 플랫폼 이탈자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가 11일 만 20세부터 54세의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절반이 플랫폼 결제가 불편할 경우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간편결제는 데이터로 수렴되며, 데이터는 다시 생활밀착형 사용자 경험으로 수렴돼야 한다.

문제는 간편결제의 숫자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대기업 중심의 카르텔이 형성되는데다 골목상권 피해마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바닥 금융은 이미 대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더욱 간편하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판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