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로 자라난다. 이 세상 모든 현상들이 신비롭게 느껴지고 갖가지 이유가 궁금하다. 호기심은 세상을 터득하는 중요한 자질이며 삶의 정신이다. 만약 인간에게 호기심이란 자질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만물의 영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호기심은 모든 변화를 학습하는 능력이며 기반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호기심만 있다면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호기심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경계심이 먼저 발동한다. 마음의 창을 닫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새로운 변화가 가져온 어설픔을 경멸한다. 심지어는 변화를 차단하고 안정을 추구한다.

심리학자들은 호기심과 경계심의 발동이 두뇌작용과 관계가 깊다는 논문들을 내놓고 있다. 두뇌과학자들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대뇌변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Amygdala)가 경계심을 관장하는 부위라고 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감정에 반응하는 영역이다. fMRI촬영을 해보면 분노, 공포, 슬픔, 혐오, 부정, 불화, 불안, 위험, 공격성, 배척 등을 나타낼 때 활성화된다. 반면 섬피 피질(Insula)은 동정심, 사랑, 감정, 갈망, 중독, 즐거움, 감성을 자극할 때 활성화된다. 심지어 와인 시음 시에도 활성화된다. 섬피 피질은 뇌의 측두엽과 정수엽이 갈라진 틈 사이로 대뇌피질의 일부가 깊숙이 접혀 들어간 부위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유연한 특징이 있다.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참지 못하고, 또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거나 견해를 바꾸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상황의 변화에 압박감을 비교적 적게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고집스럽게 한 가지 행동으로 버티거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감성이 메말라가는 현상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섬피 피질 주위를 채웠던 회백질이 쪼그라지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섬피피질이 줄어들면 편도체의 작용이 강해지며 경계심이 강화되고 불안감이나 초조함이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게 된다.

 

어릴 적엔 누구나 총명하고 호기심 많았다

어려서는 매우 총명하고 호기심이 많았으며 그리고 젊어서는 진취적이고 변화와 모험을 즐기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서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은 바로 두뇌 전두엽에 회백질이 줄어들면서 두뇌가 쭈그러들기 시작하는 현상으로 설명하기 쉽다. 하지만 언제 이런 현상이 오느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나이가 들면 피할 수는 없다.

지금같이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세상의 변화를 잘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바로 호기심이다. 미세한 변화조차도 원인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기심만으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 해결능력이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체득한 해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문제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처음 접하는 문제점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문제는 다급한데 해법은 없다면 눈앞이 깜깜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만한 해법을 발견해내는 능력이 바로 창조력이며 창의성이다.

창의성이란 보덴(Boden)의 정의에 의하면 새롭고(Novel), 가치있고(Valuable), 놀랄 만(Surprising)한 특징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 특허청은 새롭고, 쓸모 있고, 외관상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 해법을 창조적 해법이라 말한다. 창조력이란 실무적인 개념으로 보면 남이 미처 생각하기 힘든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평범해 보이는 해법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그 가치를 끄집어내는 능력이 바로 창조력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창의력은 꽃필 수 있다

심리학자인 케이스 사이몬톤(Keith Simonton) 교수는 창조성 발현에 관한 연구를 해온 전문가다. 그가 평생에 걸쳐 조사하고 분석한 바에 의하면 창조성이 발현되는 시기는 전문 영역마다 조금씩 다르고 개인별로도 편차가 매우 크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그는 프랑스 화학자인 미셸 유진 쉐브렐(Michel Eugène Chevreul) 교수를 사례로 든다. 그는 유기화학의 기초를 다졌다는 공적을 인정받는 과학자인데 102살까지 창의적 활동을 하다 돌아갔다. 36세에 발표한 동물성 지방에 관한 논문은 비누를 생산하는 기반이 되었다. 또 동식물 지방 속에 함유된 스테아린과 올레인 성분을 분리해냈다. 이로 인해 양초 제조공정이 크게 개선되었다. 46세와 57세에는 이상운동(Ideomotor) 현상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의 생각과 근육의 반응은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심리적 현상이다. 비자발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나타내는 인간의 근육 반응은 두뇌의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최면과 심리적인 현상인데 거짓말 탐지기의 작동원리다. 쉐브렐은 예술 세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68세 때에 RYB색채모델에 입각한 완벽한 색체 다이아그램을 완성해 발표했다. 그로 인해 인상파 화풍이 퍼졌다고 한다. 그는 73세에서 91세까지 프랑스 국립박물관장직을 맡았다. 박물관장직을 내려놓고도 전문가 활동을 계속했는데 사망 직전까지는 노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고 한다. 쉐브렐은 사람의 나이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증인으로 삼을 만하다.

사이몬톤 교수는 창조력은 외부인자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외부인자들도 나쁜 인자와 좋은 인자가 있다. 대표적인 나쁜 영향인자는 전쟁과 같은 충격적인 삶의 변화다. 외부에서 불어 닥친 충격적인 변화로 인해서 인생이 완전히 왜곡되는 경우엔 아무래도 창조적인 활동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본다. 하지만 좋은 영향인자들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좋은 영향인자를 키우는 방법의 하나는 서로 다른 분야로 연결하는 연결망을 갖는 일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흡수하면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방법은 지식과 경험을 상호 교잡시키는 방법이다. 요즘 유행하는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다.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결합시키면 전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21세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선 호기심과 창조력을 길러야 한다.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자주 줘야만 두뇌가 건강해진다. 창조력의 바탕에는 호기심이 있다고 단정할 수 있다. 젊은이부터 장년 그리고 노인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호기심과 창조력을 기르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 비법으로 세 가지 여행을 필자는 권한다.

 

세 가지 호기심 여행을 떠나자

첫째로 관찰여행이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가서 평소에 체험하지 못했던 문화를 겪게 되면 신기해서 말문이 터진다. 궁금한 일도 많아서 질문이 절로 나온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며 모든 게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된다. 회춘이 따로 없다. 다시 철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 관찰 여행은 꼭 해외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사람이 어쩌다 한 지방에만 오래 살게 된다. 그런데 국내 지방들을 두루 돌아다녀 보면 해외여행처럼 신비롭고 모르는 일들이 많다. 국내 여행을 다니면서도 호기심 훈련을 할 수 있다. 자꾸 질문해 버릇하면 사소한 것도 궁금해진다. 일상생활이 모두 궁금해지는 경지에 다가가게 된다. 동네 길들도 관찰여행 대상이다. 우리는 보통 매일 가깝다고 똑같은 길만 다닌다. 그런데 멀리 길을 우회하여 돌아다녀 보면 새로운 발견이 많다. 시간을 약간만 들이면 새로운 발견과 아이디어를 발굴하게 된다. 매일 다른 길을 걸어 다니면서 두리번거리게 되면 남들보다 훨씬 더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게 된다.

둘째로 상상여행이다. 누구나 책을 읽으면 동시에 머릿속에 동영상을 펼친다. 사람의 두뇌는 글자 정보 대신 이미지로 바꾸어 기억한다. 그래서 암기법에 이미지 연상법이란 게 있다. 모든 단어를 이미지와 연동해 기억하면 잊히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함께 살아보게 된다. 자기에겐 한 번의 삶만이 주어졌지만 책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들이 스며들어 있다. 책을 읽으면 그들의 인생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책 읽는 동안에 마음껏 작가의 인생을 상상해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은 인생을 살게 된다. 체험이 많을수록 아이디어가 많아짐은 당연하다. 단, 영화는 두뇌의 상상력이 차단되므로 삼가는 게 좋다.

셋째로 모험여행에 나서길 권한다. 우리는 모든 일에 완벽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실수도 하면서 깨닫는 법이다. 좀 실수를 하더라도 틀 밖으로 뛰쳐나가 볼 필요가 있다. 실수를 하면서 느끼는 생생한 깨달음은 많은 지혜를 쌓는 거름이다. 넘어진 사람만이 상처의 아픔을 안다. 작은 상처의 아픔은 더 큰 상처를 막는 방패막이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 보면 한꺼번에 크게 넘어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 부상을 입기 쉽다. 작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겪다 보면 용기도 커지고 성취도 맛본다. 작은 성취감이 쌓이다 보면 커다란 도전도 가능해진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해법을 찾아내는 창조력이란 평소의 작은 훈련에서 길러지는 법이다.

호기심과 창의력은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능력과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궁극적으론 변화무쌍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역량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호기심과 창의력이 줄어들기 쉽지만 각자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