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국내 의료에 도입된 지 벌써 1년째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질병을 진단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왓슨은 환자들의 만족도와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일치도를 끌어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 왓슨과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단장.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2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인공지능 암센터 운영 결과 올해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이 55.9%로 과거 48.9%에 비해 7%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 추천’이란 의료진과 왓슨의 치료 방침이 그만큼 비슷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IBM사의 왓슨을 도입했다. 의사가 아닌 기계가 환자를 진단한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도 높았지만 이 인공지능은 이후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7개병원에도 진출했다.

암 진단 인공지능은 잘 안착했을까. 백정흠 길병원 외과 교수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환자 총 557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연구 결과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은 55.9%로 40%대에 머문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 의견 일치 분야를 ‘강력 추천’뿐 아니라 ‘추천’으로 확대하면 대장암(결장암) 환자의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일치율은 78.8%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대장암 환자(결장암) 65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은 48.9%였다.

왓슨은 단순히 외우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한다. 왓슨에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 사례를 비롯해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이르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으로 나눠서 해당하는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의료진은 이중 강력 추천과 추천을 실제 환자에게 권장하고 있다.

이 같은 일치율 향상은 의료진이 왓슨이 제공한 치료방법에 대해 신뢰도가 향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왓슨을 최초 도입한 길병원 내에서도 왓슨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막상 도입해보니 결과가 좋았던 것.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는 왓슨 다학제 진료 시 최대 6명의 전문의 의견과 우리나라의 의료적 특수성, 환자의 사회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백정흠 교수는 “과거에 비해서 ‘강력 추천’ 의견 일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진들이 왓슨의 의견에 동조했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일부라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진료결과, 중증 3기·대장암과 유방암·여성 환자가 많아

인공지능 암센터에는 대장암 혹은 유방암의 3기에 해당하는 여성 환자가 많았다. 전체 557명 중 대장암과 유방암 환자가 299명으로 과반을 넘었고, 3기에 해당하는 암 환자는 47%로 절반에 육박했다.

▲ 암종별 진료 인원, 평균 연령, 성비.출처=가천대 길병원

암종별 진료 환자 수에서 가장 많은 암 종은 대장암(153명)이었다. 이어 유방암 146명, 위암 101명, 폐암 100명 순이었다. 또 자궁암 35명, 난소암 16명, 전립선암 5명, 방광암 1명이었다. 길병원은 이에 대해 전립선암, 방광암 등은 왓슨 업데이트를 통해 최근에서야 진료가 가능해져 환자 수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기별 진료 환자 수에서는 3기 환자가 많았다. 이들은 전체의 46.6%(248명)였다. 이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중증 암 환자들이 왓슨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의 초기 단계인 1기의 경우 유방암(60.7%)과 자궁암(33.3%) 환자가 많았다. 전체 병기별 순위는 3기에 이어 1기 22.6%(130명), 4기 17.7%(94명) 순이었고, 2기에 해당하는 환자는 69명(13%)으로 가장 적었다.

성별 진료 환자 수는 여성이 남성 보다 많았다. 전체 여성 환자는 303명(54.4%)이었고 남성 환자 254명(45.6%)이었다. 남성은 폐암 78%, 위암 70.3%, 결장암 65.8%, 직장암 61.1%에서 환자 비율이 높았다.

나이로는 유방암 환자가 평균 52.9세로 가장 어렸으며 전립선암 환자가 평균 67.2세로 가장 나이가 많았다. 또 난소암 55.31세, 자궁암 56.66세 등 여성 암 종 분야의 평균 연령이 50대로 낮았다. 폐암 66.16세, 위암 62.28세, 결장암 62.15세, 직장암 62세 등 남성에게 많은 암 종의 평균 연령은 높았다.

왓슨 진단받은 환자 만족도 94%

인공지능 암센터 다학제진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전체 94%로 매우 높았다. 암센터가 지난 10월26일부터 12월1일까지 전체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한 ‘왓슨암다학제 진료’ 만족도 조사 결과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전체 94%였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왓슨 암 다학제는 6명의 의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 별로 최대 180분 진료가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왓슨은 수많은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진료 방침을 결정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헬스케어를 활용하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어 향후 고령화로  발생할 막대한 의료비 부담도 줄이고, 환자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