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 기술이 세상을 바꿀까?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온라인와 오프라인 경계가 붕괴되고, 플랫폼 사업자가 수요 공급을 조절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 연장선에서 교육 분야에서는 튜터(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사업모델이 등장, 최근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스냅애스크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변하는 교과서'의 야망은 세계 `사교육 수도` 한국에서 성공할 것인가? 방한한 티모시 유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서 만났다.

▲ 티모시 유 CEO 출처=이코노믹리뷰DB

스냅애스크는 어떤 회사인가.

스냅애스크는 교사인 튜터와 학생을 1대1로 매칭해 학습하는 구조다. 네이버 지식in이 질문자(학생) 1명에 절대다수인 집단지성의 힘을 빌린다면, 스냅애스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온디맨드 플랫폼 사업에 가깝다. 학생이 질문을 올리면 검증된 튜터들이 직접 답을 주는 방식이다.

스냅애스크의 티모시 유 CEO는 홍콩에서 자라 현지에서 학교생활을 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 15~17세 사이 학생들에게 과외를 가르쳤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로만 생각했던 과외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끌어와 플랫폼 사업으로 전개했다.

티모시 유 CEO는 "2013년 간단한 앱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 7개 나라 35만명의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튜터 커뮤니티가 운영되는 등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냅애스크는 지금도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국내 온디맨드 스타트업에게 일종의 롤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강점은 먼저 양질의 사용자 경험이다.

티모시 유 CEO는 "튜터 커뮤니티를 통해 양질의 교육방식을 공유하고 가다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며 "7개 나라 35만명의 학생들, 7만명의 튜터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스냅애스크의 직원은 60명에 불과하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위해 최대한 플랫폼의 강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양질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티모시 유 CEO는 "엄격한 내부기준으로 튜터를 선발하고 이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충분히 공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 파워와 교감이다.

그는 "스냅애스크는 사교육과 공교육의 대체재가 아닌, 일종의 보완재"라며 "사업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자가 쉽게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는 교육의 보완재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콘텐츠 파워와 튜터, 학생의 교감을 일순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파워는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로 이어진다. 스냅애스크는 지난 7월과 8월 홍콩과 대만의 고등학교와 협력해 모든 학생들에게 스냅애스크를 제공, 학습 성취도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제기하는 질문과 의문을 데이터로 수렴해 정교한 사용자 경험을 창출했다는 뜻이다. 교감은 튜터와 학생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튜터는 단순히 질문에 답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과 교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스냅애스크가 튜터를 선발할 때 단순히 '수학과' 전공이 아닌 '수학교육과'를 선호하는 이유다.

스냅애스크의 타깃층 설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티모시 유 CEO는 "이미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우리의 고객층이 아니다"며 "공부를 하고싶은데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우리의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튜터가 가까이 다가가며 교육의 과정에서 창출되는 모든 데이터가 학습교재로 일사분란하게 적용되는 것. 스냅애스크의 강점이다.

이 대목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도 교훈이 될 만한다. 온디맨드 모바일 플랫폼 사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쉽게 카피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크다. 지난 9월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카메라 앱 표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카피는 모든 스타트업의 공통된 위협요소다.

여기서 스냅애스크의 방식을 적용하자면, 단순 플랫폼을 통한 연결을 떠나 튜터와 학생의 감정적 교감을 유도하고 커뮤니티와 교육을 통한 튜터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한편,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시시각각 교과서에 적용되는 효과를 노렸다. 이렇게 되면 비즈니스 진입장벽이 크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있어서도 스냅애스크의 행보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티모시 유 CEO는 "우리가 한국 진출을 선언하자 많은 사람들이 지역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며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관점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티모시 유 CEO의 주장이다. 그는 "나라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며 "개개인의 학생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면,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노하우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당연히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스냅애스크처럼 각각의 객체들을 분절시켜 공략하면 지역의 특성은 오히려 거시적 관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배달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각 나라의 배달앱 문화를 분석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현지 배달앱 업주와 고객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이 오히려 진짜 '지역적 특성의 고려'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구사업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또 안전한 사업 전개를 위해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 출처=스냅애스크

생태계 구성이 전부다

300개에 달하는 스냅애스크의 튜터 커뮤니티는 국경도, 인종도 없다. 여기에서 스냅애스크는 나름의 생태계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속성이다. 티모시 유 CEO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튜터들은 평균 월 500달러 이상을 스냅애스크를 통해 벌어간다"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객체에게 합당한 대가를 제공해야 생태계가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에 대한 비전, 현실적인 선택과 집중을 동시에 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티모시 유 CEO는 "지금은 수학과목을 중심으로 튜터링이 제공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며 "다만 당분간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지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티모시 유 CEO는 "우리는 보완재로서 한국의 학교, 통신사, 출판사와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이 있는 곳이며, 1대1 튜터링은 물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 실시간으로 교육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출판사는 영역의 확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통신사는 왜 파트너로 삼고싶어 할까? 그는 "우리는 월정액만 내면 무제한으로 학생이 질문을 올릴 수 있는데 모바일 기기가 없어서, 혹은 통신비가 부담이 되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역동적이고 글로벌 차원의 학습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우리는 교육의 보완재로서 1대1 튜터링을 넘어 교육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