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은 정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농가들에 설치비 부담만 지우는 짐덩어리인가"

농촌진흥청이 ‘작목 별로 적합한 스마트팜 설치 모델’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런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농진청은 지난해보타 단위 대표 품목에 대해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도단위 대표 품목은 경기도는 포도, 강원도는 느타리버섯, 충남은 토마토, 전북은 딸기, 경북은 참외, 경남은 국화, 제주는 감귤인데 농진청은 작목별로 스마트팜의 제어방법과 운영기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작목 별로 특화된 스마트팜 모델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농촌에서는 스마트팜의 가치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농민들이 스마트팜의 가치와 기대 효과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팜 모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스마트팜 대형화ㆍ기업화를 통해 젊은 농민들이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스마트팜 사용법과 재배기술을 교육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작목 별로 적합한 스마트팜 모델은?

농촌진흥청의  ‘작목 별로 적합한 스마트팜 설치 모델’ 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각 지자체가 벌인 스마트팜 보급 지원 사업 성과를 알리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농진청 측은 스마트팜 적용모델과 주요 제어기술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농가는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일부를 소개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토마토는 1년 동안 2번 재배할 수 있고, 토양재배나 수경재배 등 다양한 형태로 양분 공급과 관리를 할 수 있다. 토마토는 낮은 온실 안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하우스 재배도 가능하고, 온도에 따른 창문 개폐 시설이나 자동 관수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작물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물론 수경재배로 토마토를 재배할 경우에는 양액 정보와 작물이 흡수하고 남은 배액 정보 등을 데이터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참외는 1월~3월에 보온과 환기 관리를 해 줘야 한다. 참외는 물 관리가 매우 중요한 작물이기 때문에 관수 시기와 간격, 생육 단계별 토성에 따른 물 제어가 필수다. 보온덮개와 토양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단순제어시설이 있으면 참외를 더 효과적으로 가꿀 수 있다.

포도는 과실이 지나치게 단단해지거나 열이 많이 가해질 경우 열매가 터지는 현상이 있다. 그래서 제때 실내 환기를 해 주고 토양 수분 센서로 자동 관수를 해 줘야 한다. 경기도는 생육 단계별로 관수량과 관비량(비료공급량)을 조절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창문 개폐 시설을 통해 환기도 조절했다. 그 결과 깨진 포도 수는 15% 줄었고, 색깔이 좋지 않은 포도 수도 70% 줄었다.

느타리버섯은 천장 배관을 통해 뜨거운 공기나 차가운 공기를 유입시켜 온도를 조절하고, LED 제어 기술로 조도를 관리하는 게 좋다. 특히 온도ㆍ습도 센서를 온실 출입구에서 10m 떨어진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원도는 조도 제어가 가능한 느타리버섯 스마트팜을 설치한 후 노동력이 33% 절감됐고 에너지 비용도 10%가 줄었다.

▲ 농진청과 강원도가 스마트팜 시설 보급 사업을 지원한 홍천의 청량버섯농원(출처=농촌진흥청)

스마트팜 농촌 도입 저조한 이유는 ‘낮은 신뢰’ 때문

스마트팜 모델이 나오지만 실제 도입은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원승현 그래도팜 대표는 “스마트팜 도입을 강조하는 정부와 기업들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술을 도입해 성공해 본 농민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비싼 설비 투자 비용과 기기 조작의 어려움 등으로 일반 농민들은 큰 부담을 느낀다. 현재 시중에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팜 설비를 설치할 경우 5억~10억 가량이 필요하다.   원 대표는 “농민들은 스마트팜이 농법의 혁신이라기보다는 최신 농기계로 받아들이기 쉬운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일 사단법인 한국농어촌빅텐트와 농어촌공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주최한 ‘스마트팜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이인규 NIR 랩 대표는 “스마트팜 역사가 30년이 넘은 네덜란드ㆍ벨기에에 비해 한국은 기술의 역사도 짧고 노하우도 일천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셀트리온 러시아 농장장을 역임하며 첨단 온실 농법을 다양하게 실험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 설비에 대해) 농민들은 구글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기대하는데,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은 안정성ㆍ편의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 지난 12월 6일 한국농어촌빅텐트가 주최하고 농어촌공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후원한 스마트팜 토론회에서 민병두 의원이 스마트팜 활성화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천영준 기자)

스마트팜을 농민 소득 증진 수단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목별로 특화된 스마트팜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적정 수준의 규모화를 통해 취농(就農)도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팜이 극심한 농촌 소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 되면 농민들도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라는 관점이다.

 민 의원은 “스마트팜을 도입하면 농민 개인과 마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해줘야 한다”면서 “서울 양천구는 수경재배 시설을 아파트 단지 내에 도입할 경우 용적률 상향을 해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에게 직접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태로 스마트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용환 한국농어촌빅텐트 사무총장은 “스마트팜 설비 이용 방법을 교육할 인재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에 취직한 국내외 스마트팜 전문가들은 평균 7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면서 “제대로 된 컨설턴트가 농촌으로 파견돼야  스마트팜 확산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