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기말고사를 마친 고등학교 예비반 아들의 학원을 찾아야 하는 커다란 숙제가 생겼다.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두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그리고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셋 중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다 보니 직장맘으로서 늘 교육 정보에 목마르고, 아이는 방목되고 그래왔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그저 방목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대치동, 소치동까지는 생각도 못하고 집 근처 학원을 찾으러 다녔다. 중학교까지는 공부방에서 영어를 제외한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을 한 번에 배웠는데, 고등학교는 종합 학원이 아닌 이상 과목별로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과목별로 학원을 찾아야 하는데 유명 프랜차이즈 수학 학원이 근처에 있어 상담을 갔다.

칸칸이 분리되는 독서실형 책상에 놓여 있는 태블릿 PC가 눈에 띈다. 원장 선생님을 만나 운영 방식에 대해 들었다. 늘 선생님이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각 책상에 놓여 있는 태블릿 PC를 통해 인터넷 강의를 개인별로 15~20분 정도 시청한 뒤, 그 내용에 해당하는 문제집을 푼다고 한다. 태블릿과 연동된 특수한 펜으로 문제를 푸는데, 그 펜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태블릿 PC 화면으로 전송되고, 문제의 답을 표시하면 답의 정답 여부가 표시된다. 그 과정에 해당하는 모든 문제를 맞추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지만 오답이 있으면 넘어가지 못한다. 즉 게임에서 각 레벨을 클리어(Clear)하듯이 문제를 모두 맞춰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태블릿 PC 화면에 선생님을 호출하는 단추가 있다. ‘선생님 호출’을 하면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보이지도 않는 펜 끝의 카메라를 통해 문제 풀이 과정을 찍어 화면으로 올려주는 것도 놀랍다.

대부분의 학원이 학생 수준별 개인화보다는 One Way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받아들이는 개인적 편차는 전체 수업 운영 관점에서 크게 배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학원은 개별적으로 학생이 문제를 클리어해야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으니 개인화된 수준에 맞는 학습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인터넷 강의이기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Eye Contact을 통한 친밀감 형성이나 수업 분위기 파악 등 현장감 있는 전달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은 다시 볼 수도 있고 선생님을 호출할 수도 있으므로, 부족한 부분 파악과 완벽한 클리어를 위한 문제 풀이의 반복과정을 통해서 개인별 맞춤 학습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필요할 때는 선생님까지 출동해 주니 인터넷 강의의 장점과 오프라인 학원의 장점이 잘 결합되어 있다.

물론 조금 더 기술적으로 나아간다면, 다양한 문제 풀이 방법을 미리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문제 풀이 과정을 펜의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찍어 내고, 찍은 이미지를 텍스트로 전환해 바로 인식하고, 학생이 푼 문제 풀이 과정을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맞추어 바로 정답 여부를 알려주고, 틀렸다면 다시 한 번 문제를 풀게 해서 시스템을 통한 학습이 가능하게 한다면 그 단계를 완벽하게 Real Time으로 완성할 수 있을 듯하다. 학생이 창의적으로 푼 풀이 과정이 있다고 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해 시스템도 인공 지능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면, 굳이 선생님 호출이 아닌 시스템상 가상의 선생님도 호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학원의 학습법도 과거의 오프라인 방식만이 아닌 옴니채널 학습법으로 변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