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디맨드 업체 우버의 시대가 끝나고 신흥 강자 리프트의 시대가 올까? 예단할 수 없지만 각종 악재에 주춤하고 있는 우버의 뒤를 이어 '리프트'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여기에는 소프트뱅크의 야심과, 한 때 우버와 끈끈한 동지였으나 지금은 앙숙이 된 알파벳의 노림수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 리프트 앱 가동. 출처=리프트

맹추격 리프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우버의 라이벌인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더버지 등이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리프트의 기업가치는 115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아직 우버의 기업가치인 680억달러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최근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는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별다른 악재가 없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래 알파벳, 즉 구글과 우버는 동맹관계였다. 우버가 2009년 설립되고 2011년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 후, 2013년 구글은 구글벤처스를 통해 2500만달러를 우버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부사장은 우버 이사회 멤버로 활약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ICT와 모빌리티 영역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구글이 웨이즈를 인수한 후 2015년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자 두 회사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구글의 카풀 서비스가 우버의 온디맨드 카셰어링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설전까지 벌이며 관계가 틀어졌으며 우버는 보란 듯이 서비스 초기부터 사용하던 구글맵을 버리고 독자 지도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구글이 미국 온디맨드 카셰어링 업체 2위인 리프트에 투자를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 웨이모 공장 전경. 출처=웨이모

갈등은 올해 초 기술유출논란으로 폭발했다. 알파벳 자율주행차 사업부인 웨이모에서 근무한 후 자율주행차 트럭 사업체인 오토를 창업한 앤서니 레반도우스키를 우버가 영입하며 사단이 났다. 레반도우스키가 웨이모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당시 관련 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했고, 우버에서 일하면서 고스란히 활용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출 목록에는 알파벳 웨이모의 핵심기술인 ‘라이다(LiDAR)’ 회로 기판 디자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반도우스키는 우버에서 퇴사했으며 두 회사는 지금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버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사내 성추문, 공항 택시기사들의 파업을 이용해 우버 기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등 조직을 흔들만한 심각한 이슈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결국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금도 우버는 각종 악재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에는 우버가 해커에게 해킹을 당한 후 입막음을 위해 10만달러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출된 데이터에는 회원의 이름과 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운전자 60만명의 운전면허증 번호도 포함됐다.

우버의 여러 악재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게  소프트뱅크의 행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있는 소프트뱅크는 최근까지 올라택시, 그랩택시 등에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우버 차이나를 밀어낸 중국의 디디추싱에도 손을 뻗쳤다. 사실상 반(反) 우버 전선을 이끌며 우버를 포위하는 셈이다. 이제는 우버도 가시권이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우버에 100억달러를 투자하는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으며 최근 우버 해킹 파문을 거론, 지분 매입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30% 깎겠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출처=링크드인

우버가 크게 휘청이는 사이 리프트가 조용히 약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리프트가 올해 연말까지 미국 온디맨드 카셰어링 시장에서 최소 33%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80%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우버가 최근 갖은 악재에 시달리며 시장 점유율 70%까지 후퇴한 상태에서 그 빈자리를 리프트가 빠르게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많은 스타트업, 혹은 유니콘이 그렇듯 아직 리프트도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리프트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의 반대급부로 올해까지 총 6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2020년 리프트가 10억달러의 순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며, 이런 추세라면 우버와 한판승부를 벌이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캐나다 진출을 타진하며 글로벌 시장 장악 시동을 걸었다.

모빌리티 분야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리프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도로교통국(DMV)의 허가를 얻어 자율주행택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웨이모는 물론 제너럴모터스, 스타트업 누노토미 등과 협력하고 있다. 존 짐머 리프트 CEO(최고경영자)는 “준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해 5년안에 자율주행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우버와 협력한 볼보 자율주행차량. 출처=볼보

그래도 우버, 만만치않다

한 때 리프트가 우버를 앱스토어 순위에서 누르고 1위에 오르자 많은 사람들은 “우버의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버 역시 한 칼이 있다.

일단 몸집부터 리프트와 비교하면 6배나 크다. 현재 50개 나라에서 우버택시가 달리고 있으며 파생 플랫폼인 우버 어시스턴트도 20개 나라에 진출했다.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도 완성차 업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테크크런치는 지난달 21일 우버가 스웨덴의 볼보 자동차가 자율주행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을 시작했으며 볼보는 자율주행 차량으로 XC90 모델 2만4000대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비록 각국의 규제와 택시업계로 대표되는 구사업 집단의 반발에 직면했으나 이는 리프트에게도 예정된 미래일 뿐이다.

국내에서만 봐도 우버는 우버택시 운영을 포기하는 대신 배달음식 배달 우버이츠, 카풀인 우버풀 등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온디맨드 카셰어링 단독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증명했다.

무수한 논란에 휘말리고 있으나 우버가 당장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나아가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으로 우버가 나름의 양보를 통해 탄탄한 ICT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리프트의 도전을 여유있게 막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