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일반 소비자들의 수입 쇠고기 선호도가 9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주된 이유는 ‘가격 대비 효용’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산 쇠고기는 수입 소에 비해 맛이나 안전성 등의 장점이 있지만 유통비용이 높아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FTA 재협상으로 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수입쇠고기 가격은 더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정작 한우업계는 “별다른 전략 없이 ‘김영란 법 개정’으로 한우 소비를 늘리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입 소 선호 이유는 ‘가성비’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24일 1000명의 수입 쇠고기 구매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이 수입 쇠고기를 구매한 이유는 ‘가격’(88.7%)이었다. 국내산 쇠고기는 ‘맛’(33.6%)이 장점이었고, 원산지(27.8%), 안전성(26%) 면에서 우수한 제품이었지만 가격 면에서는 여전히 부담이었다.

수입산 쇠고기를 경험한 소비자들 중 61.7%는 호주산 쇠고기를 주로 구매했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30.7%), 뉴질랜드(5.5%)산 제품 선호도가 높았다. 체감 가격 조건과 맛은 호주산보다 미국산이 더 우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한우가 여전히 비싼 이유가 ‘유통비용 때문’(62.2%)이라고 답했다. 한우는 평균적으로 4~5단계를 거쳐 구매자들에게 전달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가격 중 유통비용은 평균 44%다. 그 중 대부분이 소매 단계 유통(82%)으로 중도매인과 유통 매장을 거치며 가격이 뛴다. 농협 관계자는 “한우가 비싼 이유는 수입산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복잡한 유통 구조”라고 평가했다. 최근 농협은 사물인터넷 기반 무인 축산물 자판기를 도입해 소매 단계 유통 비용을 줄여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 한국소비자원이 1000명의 쇠고기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입산/한우 선호 이유(출처=한국소비자원)

한우업계 ‘김영란법 완화 주장’

한우업계는 “한우 선물 관행을 어렵게 만든 김영란 법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축산물이 마치 부정 청탁 관행에 이용되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며 “명절 특수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회식과 한우 식당 이용률도 너무 많이 줄었다”고 한탄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국내산 설 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이 김영란법 도입 전에는 3000억 원 규모였지만 2017년 설에는 2500억 원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한우 도축 두수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2만 두가 줄어들었지만 가격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한우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하지만, 규제로 인한 충격이 커 가격 하락의 힘이 더 크게 작동한 것이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한우는 최고 등급 소와 2~3등급 소에 대한 수요가 모두 크게 감소했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FTA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수입산 쇠고기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농가 보호 차원에서라도 김영란 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 공감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김영란 법 개정안을 재상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국민권익위를 통해 선물ㆍ경조사비 한도 상향이 고려되었지만 27일 일부 권익위원들의 반대가 극심해 개정안 상정은 부결됐다.

▲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산물 거래액 분석(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직 농업 관료들도 “한우 소비 촉진 위한 김영란법 개정 부당” 지적

김영삼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농림해양수석을 지냈던 최양부 박사는 “김영란 법 재상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 박사는 “한우 농가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 구조의 변화 없이 소비 촉진을 위해 규제를 풀라는 것은 국민적 반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우업계의 주장은 농가들의 이익을 대변한 것처럼 읽힐지는 모르나 농축산업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릴 수 있는 의견이라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농림부 장관을 지냈던 원로도 “김영란 법과 같은 반부패법은 원래 한번 만들어지면 뒤로 돌아서기 힘든 것”이라며 “수입 소와 한우는 품질 경쟁과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다툴 일이지 투명성을 위한 법을 바꿔 가면서까지 업계 이익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농어촌빅텐트 조용환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한우 가격을 정당하다고 받아들인다면 김영란 법 개정 여부가 큰 변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사무총장은 “단순히 절대 가격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한우 제품의 품질 대비 지출이 적절치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관심이 저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