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한편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며 자연스럽게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기술난관 등을 거론하며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오지만, 하드웨어 폼팩터 차원의 급격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 레노버 폴더블 스마트폰. 출처=갈무리

폴더블 스마트폰을 위하여

폴더블 스마트폰은 제조업체에게 한동안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중국의 레노버가 상용화 직전의 폴더블 하드웨어 단말기를 공개하며 상황이 변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월드2016'에서 레노버가 폴더블 스마트폰 '씨플러스(CPlus)'와 태블릿 '폴리오(Folio)'를 시연했기 때문이다.

맥카시는 팔찌처럼  구부려 손목에 착용할 수 있으며 폴리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모두 폴더블 기능을 지원했다. 고정된 단말기가 일종의 웨어러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직 의미있는 기술력은 아니지만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JDI)도 한때 일본의 방산기업 미네비아와 협력해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단말기가 굽은 형태의 갤럭시라운드를 출시했으나 역시 진정한 의미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한 적이 없다.

다만 내년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가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기술 허들(난관)이 있어 당장 출시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으나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의 갤럭시X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IT매체 폰아레나는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1.0R 곡률을 가진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미 갤럭시X 상표출원도 마쳤다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 출처=페인턴틀리

기술력은 꾸준히 쌓은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9일(현지시간) 삼모바일은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를 출원했으며 외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랜더링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IT매체 렛츠고디지털도 10월26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3년 전 선보인 구부릴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X를 내년 출시할 것이 유력하다”면서 “최근 한국 특허청에 제출된 폴더블 스마트폰의 스케치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OLED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의 대세로 자리잡고 극단적인 베젤리스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폴더블의 경지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선을 긋고 있으나 내년 말 갤럭시X 실물이 공개될 가능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 갤럭시노트9이 출시되며 새로운 파생 라인업으로 갤럭시X가 등장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상반기 4인치 갤럭시 스마트폰인 갤럭시S9 미니와 갤럭시S9 정식 라인업이 나오고, 하반기에 갤럭시노트9과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상하반기 라인업은 투톱이 아니라 스리톱 이상이 된다.

애플도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2014년 7월 관련 기술을 특허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스플레이를 접어도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업계에서는 2020년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으며 LG전자,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해 테스크포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화웨이도 조만간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 애플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 출처=페인턴틀리

굳이 접어야 하나? 접어야 산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둘러싼 각 제조사들의 경쟁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가'라는 회의감도 감지된다. 미국 유명 IT 칼럼니스트인 조디 라머는 "하드웨어 폼팩터를 변신시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제조사들의 꿈이겠지만, 실용성 측면에서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꼭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던 웨어러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패블릿 기조가 두드러지는 한편, 기기 내부의 실장면적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 난관을 넘는 것도 어려운데다 기기 발화와 같은 리스크도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스마트폰이 모두 베젤리스 디자인에 얇은 두께를 추구하기 때문에 고기능 설비를 장착하는 것도 벅차다는 논리다. 갤럭시노트7 발화도 냉정히 말하면 배터리의 설계 오류지만, 깊숙히 파고들면 '좁은 실장면적에 많은 기능을 넣다보니 벌어진 비극'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스트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등장 시기는 2018년 0%에 가깝고, 2019년에도 0.1%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스트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루머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아직 시장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19년은 되어야 기술이 충분히 성숙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폴더블이 스마트폰과 만나면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먼저 기존 스마트폰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장점과 더불어 패블릿의 강점을 확실하게 잡아낼 수 있다는 논리가 있다.

폴더블은 패블릿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폴더블은 디자인적 심미성에서 강점을 가지며,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의 경계까지 아우를 수 있다. 일종의 울트라 단말기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