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소에 근무하는 50대 여성이 요통으로 내원했다. 이 여성은 이 년전부터 요통이 있을 때마다 인근 의원에서 물리치료와 약물처방을 받아왔다. 최근 이사한 후에는 종아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요통은 주로 앉거나 구부릴 때 심하고 오래 앉거나 서있으면 다리가 당긴다고 했다. 얼마 전 실시한 허리 CT(전산화단층촬영검사)에서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환자의 진단은 소위 디스크성 요통, 또는 추간판내장증(椎間板內障症, Internal Derangement of Disc: IDD)이다. 추간판의 이상에서 요통이 비롯된다는 뜻이다. 추간판내장증은 만성퇴행성 척추질환의 하나로 허리척추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어디든 올 수 있다. 디스크성 요통의 병태생리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아서 그 이해에 제한이 있다.

추간판(椎間板, Intervertebral Disc)은 척추뼈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타원형의 인대덩어리로 왕풀빵(오방떡)과 유사한 모양이다. 풀빵의 팥소에 해당하는 부분을 수핵이라고 부르는데 수분이 많아 균질하고 찐득한 성상을 지녀 추간판이 탄성을 갖게한다. 빵에 해당하는 부분은 섬유륜이라 부르며 띠 모양의 인대가 수핵을 켜켜이 둘러싼 구조다. 수핵에는 신경이 없지만 섬유륜 바깥쪽 삼분의 일 부위에는 신경이 분포해 통증을 전달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세듯 추간판에도 변화(퇴행성 변화)가 온다. 수핵에 수분이 줄어들면 부피가 작아지고 탄성을 잃어 단단해지고 조각난다. 이런 성상은 체중흡수나 충격완화에 적합하지 않아 일상생활의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균열과 전위를 일으켜 섬유륜까지 손상시킨다. 이 손상을 통해 빠져나온 수핵 속 유해성분이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요통과 다리 통증이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앉기, 구부리기, 기침, 재채기 등의 동작으로 추간판 속 압력이 올라가면 요통이 악화한다. 오래 앉기, 서기, 걷기 등 신경근을 자극하는 자세는 다리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추간판내장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미미하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악화한다. 따라서 추간판 변성의 초기단계에는 진단이 매우 까다롭다. 증상이 발현된 시점에도 추간판내장증의 병리는 아주 미세한 것이어서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만 진단할 수 있다.

추간판내장증의 원인이 수핵의 퇴행 변성과 균열, 섬유륜 파열과 신경염증에 있으므로 치료는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섬유륜과 주변 신경의 염증을 가라앉게 하기 위해 소염제나 경막외강주사요법이 처방된다.

추간판내 압력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심부척추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나 보조기를 활용할 수 있으며 통증 제어를 위해 물리치료를 처방하기도 한다. 보다 침습적인 치료로서 경피경막외강신경성형술¹이나 경피내시경적경막외강신경근성형술²을 시술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는 수술로 치료하는데 내시경 하에서 수핵을 절제하는 방법, 해당분절을 유합하는 방법(고정술), 인공디스크로 추간판을 대체하는 방법 등이 이용된다. 추간판내장증의 수술치료는 최소침습태도를 지향하는 경향이 큰데 그 이유는 병리가 오직 추간판에만 국한된 탓에 정상 부위의 수술손상을 최대한 피해야한다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추간판내장증은 만성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외상을 제외한 척추통증의 대부분이 퇴행성 질환이다. 의료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나이를 먹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평소 적당히 움직이고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만이 건강한 척추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주¹) 경피경막외강신경성형술, 소위 신경성형술

경막외강 병소에 정확한 약물 전달을 위해 고안된 시술이다. 직경 1밀리미터 정도의 경피도관을 경막외강에 넣어 병소에 직접 약물을 주입한다. 도관의 조작에 의한 신경근 유착박리가 가능하므로 확실한 약물 전달을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²) 경피내시경적경막외강신경근성형술(TELA,SELD)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병소부위 경막외강에 경피내시경을 위치시켜 영상 탐지 하에 약물, 레이저, 고주파의료기를 활용해 병소를 제압하는 시술이다. 신경성형술에 경피내시경과 다양한 수술기기를 결합한 시술로서 직접적인 병소 제거 능력이 강점이다.